10원의 굴욕

▲ 10원은 이제 행운의 동전 던지기용으로 주로 쓰인다.
1980년 공중전화비는 20원이었다. 당시 전화기는 거스름돈이 환불되지 않았기 때문에 10원짜리 동전은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같은 시기 버스비는 90원, 라면은 50원이었다. 어린이들은 10원 짜리 동전 하나만 있으면 떡볶이 한 개를 먹었다. 문구점 앞에선 오락도 할 수 있었다.

32년이 흐른 2012년 동전 10원은 활용도가 가장 떨어지는 금액 1위로 꼽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6월 13일부터 20일까지 직장인 1089명을 대상으로 ‘동전의 가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10명 중 7.3명(복수응답)이 가장 가치 없는 금액으로 10원을 꼽았다. 그 뒤를 50원(40.1%), 100원(4.9%), 500원(2.2%)이 이었다. 10원의 사용도를 묻는 질문에도 ‘활용도 없음’이란 답변(45.8%)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비닐봉투 구매용(39.2%), 행운의 동전 던지기용(9.6%), 탈취제용(6.9%), 모니터 전파 차단용(3.1%)으로 많이 활용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동전은 500원이었다. 응답자의 10명 중 7.5명은 물건을 구매할 때 500원 동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거스름돈으로 사용한다는 답변(53.4%)도 많았다.
현재 10원 동전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고작해야 편지봉투 한장을 살 수 있을 뿐이다. 비닐봉투(20원), 우표(20원), 나무젓가락(20원·이하 편의점 기준)도 이젠 10원으로 구입하지 못한다. 대부분 시중의 공중전화와 자동판매기는 2006년 이후에 제조된 10원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10원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제조비용이 30~4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10원 동전의 발행을 중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10원 동전의 개수는 2억8000만개에 이른다.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서다. 무엇보다 공과금은 아직도 10원 단위로 부과된다. 990원, 9990원처럼 ‘10원 단위가격정책’을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대형할인마트에선 10원 짜리 동전이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Isuue in Isuue 10원의 현주소
1980년 10원 현재 43원이지만 …

 
2010년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1980년의 소비자물기지수는 24.269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로 1980년 보다 4.3배 올랐다. 계산해 보면 당시 10원의 가치는 현재 43원과 동일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는 더 크다. 당시 50원하던 라면은 약 800원으로 값이 16배가량 올랐다. 90원에 불과하던 버스요금은 현재 1050원으로 11.7배가 됐다. 10원의 가치가 체감 상으로는 10분의 1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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