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현대차 다이너스티에 방탄 기능을 넣은 게 국내 최초의 방탄차다. 초보적 수준이었다. 지금은 현대차가 에쿠스 방탄차를 제작해 청와대에 3대를 기증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도 기증했다. 하지만 이 방탄차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평가된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국가는 선진국으로 불린다. 3만개 이상의 부품을 만들고, 이를 조립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필요해서다. 그 기술 수준 역시 상당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가는 필수적으로 자국 자동차 제조 능력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유관산업은 활발해지고, 고용 창출 효과도 커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중국이 자동차 분야에 매달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로 도약했다. 아직 프리미엄 수준까지 만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중차 수준에선 분명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조금 더 노력해 브랜드 이미지만 올리면 머지않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캐딜락 방탄차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방탄차 제작이다. 방탄차는 이용하는 인사가 워낙 특수층이고, 가격이나 모든 기능이 베일에 가려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BMW M7 차량을 제공받아 이목을 끌었다. M7 모델은 아직 판매가 되지 않는 고성능 차량으로, 특수 방탄과 보호기능이 적용된 방탄차다. 특히 몇 안 되는 세계 정상에만 제공되고 있다.

방탄차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심을 받는 이유는 제작 시 최고 기술이 필요해서다. 자사 또는 자국의 자동차 수준을 알리는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자국의 정상이 이용할 경우 방송ㆍ신문 등에 노출이 많아 홍보 효과가 크다. 반대로 자동차 기술이 낮은 국가라면 다른 나라의 방탄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주로 벤츠 가드 시리즈나 캐딜락 방탄차를 이용했다. 간혹 BMW 하이 시큐리티 시리즈를 이용하기도 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주로 캐딜락 시리즈, 독일은 벤츠와 BMW, 프랑스는 푸조, 일본은 도요타가 제작한 방탄차를 사용했다. 방탄차는 누구나 만들 정도로 쉬운 차량이 아니다. 일반 차량보다 뛰어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강화 방탄유리와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과 합금은 물론이고 타이어가 터져도 시속 80㎞ 이상으로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웬만한 수류탄을 맞아도 견뎌야 한다. 화재 소화 기능, 화생방 공격 시 실내 청정 기능과 신선한 공기 공급 기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위성 연결과 긴급 구조신호 등을 보낼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심지어는 비상 시 간단한 수술 기능과 최소한의 공격 기능까지 보유해야 한다. 방탄차는 요인 보호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납치가 많이 일어나는 남미나 이라크 등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유력 인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용은 기능에 따라 같은 동급 차량의 1.5~5배에 이른다. 무게도 2배 이상 무겁다. 하지만 방탄차는 불편한 차량이기도 하다. 무겁다보니 굼뜨기도 하지만 연비가 최악이다. 또 두꺼운 창문은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굴절돼 바깥을 보면 어지럽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방탄차 제조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예전 최고급 국산차였던 현대차 다이너스티에 극히 일부분 방탄 기능을 넣은 게 국내 최초 방탄차다.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이후 국내 자동차 기술이 발전을 거듭했고, 현대차가 에쿠스 방탄차를 제작해 청와대에 3대를 기증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도 기증했다. 이 방탄차는 선진국의 70%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내 자동차업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고 애쓰는 상황인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최고급 방탄차를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직접 타지는 않지만 자국 방탄차를 보면서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해외 홍보 기능도 최고일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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