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연체율’ 다시 보기

▲ 연체율이 높다고 무조건 실패한 사업은 아니다.[사진=뉴시스]
국가가 저소득층의 자활을 도울 요량으로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이자율은 낮고 부담은 많다. 연체율이 높을 가능성도 크다.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내심을 갖고 저소득층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 거꾸로 간다. 저소득층이 돈을 갚지 못하자 ‘사업을 어떻게 했느냐’며 사업자들을 압박한다. 미소금융 이야기다.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의 이자율은 당연히 낮아야 한다. 원금상환율 혹은 연체율에 따라 이자율을 높이는 건 다음 문제다. 미소금융은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든 서민금융상품이다. 운영주체는 지점재단, 기업재단, 민간복지사업자 셋이다. 지점재단은 미소금융재단이 직접 운영한다. 기업재단은 삼성미소금융재단이나 SK미소금융재단처럼 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한다. 민간복지사업자는 미소금융재단이 미소금융 대출사업을 하길 원하는 사회단체 중에서 일부를 매년 선정해 운영한다.

지점재단이 창업 대출에 적용하는 이자율은 연 4.5%다. 기업재단의 이자율 역시 일반적으로 4.5%다. 상환 실적이 좋으면 이자율을 낮춰주기도 한다. 민간복지사업자의 이자율은 대부분 2~4% 수준이다. 새희망홀씨나 햇살론 등 대부분의 서민금융상품 이자율이 연 10%가 훌쩍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자율만 놓고 보면 미소금융은 서민의 자활을 돕는다는 취지를 잘 지키고 있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미소금융재단에 따르면 지점재단과 기업재단의 연체율은 각각 13%, 6% 수준이다. 반면 민간복지사업자의 연체율은 20% 수준이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민간복지사업자들이 제대로 자금을 운영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민간복지사업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대부분의 민간복지사업자는 저소득층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원하는 2000만~4000만원으로 창업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컨설팅을 해주고, 사업이 잘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지만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을 해도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윤을 내는 게 보통이다. 갑자기 집안에 아픈 사람이라도 생기면 그나마도 힘들다. 이런 저소득층에게 어떻게 돈을 갚으라고 할 수 있겠나. 민간복지사업자의 연체율이 높은 이유다.”

 
연체율이 높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민간복지사업자들은 높은 연체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사례가 많다. 연체율에 발목이 잡혀 미소금융사업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민간복지사업자는 수두룩하다.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상징인 그라민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서민자금 대출사업을 시작한 신나는조합도 지난해 사업을 신청했다가 부적격 판단을 받았다. 다양한 이유 중에는 높은 연체율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미소금융재단 측이 ‘연체율이 높다’는 이유로 민간복지사업자들의 사업이 형편없다고 꼬집는 건 과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연체율을 낮춰야 미소금융사업도 잘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미소금융사업의 취지가 저소득층의 자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체율을 낮추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업자로 선정해주지 않는 식으로 대출사업을 못하게 하는 건 저소득층을 벼랑으로 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법은 없을까.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무조건 기간 내에 돈을 갚아야 한다는 방식으론 안 된다”며 “사업자들이 사안에 따라 상환기간을 늘려주거나 좀 더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는 식으로 지속적인 도움을 줘야 창업에 성공할 수 있고 자금도 원활히 상환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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