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20세기 마지막 축구황제 호나우두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때문에 비대해졌고, 결국 은퇴했다. [사진=뉴시스]
당연한 얘기겠지만 ‘쉽게 살찐다’는 고민에 비해 ‘쉽게 살이 빠진다’는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다. 솔직히 쉬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 개인을 비만으로 몰고 가는 원인은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요소로부터 복잡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을 비만의 정의는 이렇다. ‘일정 기간 체내로 유입되는 에너지에 비해 대사로 소비된 에너지가 적을 때 생긴다.’

그렇다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소비되는 칼로리를 늘려 감량을 한다는 해결책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 신체기관이 적응하면서 비만해소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문제의 총집결편인 비만을 단편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비만의 이면에는 역사ㆍ경제ㆍ사회ㆍ정치ㆍ문화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국 비만 원인을 제3자가 판단해 치료하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비만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파장이 얼마나 대단한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축구팬이라면 1990년대를 풍미하던 브라질의 호나우두 선수를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대부분 운동선수가 그렇듯 호나우두도 각종 부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20세기 마지막 축구황제의 축구화를 벗긴 건 고질적인 왼쪽무릎 부상 때문이 아닌 불어난 체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불룩한 배를 비웃던 호사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호나우두의 비만이 자기관리를 잘못한 데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이 병에 걸리면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감량되지 않거나 되레 몸무게가 증가한다. 체중이 불어나는 동시에 신진대사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치료약물은 프로선수에게 투약이 금지돼 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다. 대사 속도가 빨라져 음식물의 섭취가 늘어도 체중이 늘지 않고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는 경험을 일상에서 겪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극단적 절식이나 금식이다. 절식이나 금식 후 우리 몸은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를 줄인다. 이것이 곧 기초대사량의 저하로 이어진다. 굶는 것에 익숙한 우리 몸이 줄어든 에너지에 대응하기 위해 절약모드로 돌입했다는 의미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면 총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감소한다.

이 때문에 체중을 계속 줄이려면 감소한 에너지 소비량보다 덜 먹어야 한다. 음식 섭취량을 계속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거니와 영양 결핍으로 인한 면역체계의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는 무리한 다이어트에서 비롯된 신체의 불균형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다이어트의 본질은 결국 건강이다. 오랫동안 관리부재에 놓였던 나의 몸이 단기간에 바뀌길 바라는 마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조급증을 버리는 게 빨리 얻는 지름길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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