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선언한 KB금융그룹 두 CEO

▲ KB금융의 각종 부정‧비리 사건의 영향으로‘리딩뱅크’를 탈환하겠다는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왼쪽),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취임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KB금융지주를 리딩뱅크로 만들겠다’는 다짐은 연이어 터진 부정ㆍ비리사건으로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 취임 10개월, 실적부진과 비리사건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두 CEO는 강력한 쇄신을 외치고 있다. KB를 부숴야 KB가 산다는 것이다.

CEO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다. CEO의 능력이나 이미지 때문에 기업의 명운이 뒤바뀌는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금융권 CEO도 예외가 아니다. 각종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CEO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새 수장을 맞이했다. 지난해 7월 12일 취임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7월 19일 취임한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두 사람이다. 하지만 둘은 금융업계 침체, 대형 금융사건에 휘말리면서 ‘시련의 계절’을 보냈다. KB금융그룹을 대표하는 새 수장들은 어떤 성적을 남겼을까.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은 이는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다. 사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취임 직후 KB은행노조의 ‘출근저지시위’라는 암초에 부닥쳤지만 뼈를 깎는 소통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했다. 고용안전보장, 인위적 구조조정 자제, 조직화합과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공정인사, 직원사기진작 방안마련 등을 실천하겠다는 내용의 ‘노사공동 협약식’을 채택한 게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계약직 사무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처음에 이 행장을 강하게 반대한 은행노조도 그의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을 높이 샀다.

하지만 시련은 외부에서 시작됐다. 일본 도쿄東京지점에서 벌어진 ‘부당대출사건’이 시련의 신호탄이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1700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챙긴 수수료가 비자금 조성에 사용됐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본점 주택기금 직원이 2010년부터 만기가 다가오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여억원을 횡령한 사건과 부당 이자 환급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리딩뱅크’의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1조원대의 허위예금입금증ㆍ현금보관증ㆍ대출예정확인서 등을 발급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올해 2월부터 지점 또는 법인인감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명판ㆍ직인ㆍ사인을 날인해 허위사실을 확인해 줬다. 발급한 허위 확인서는 ‘예금입금증 4건(3600억원)’ ‘현금보관증 8건(8억원)’ ‘임금예정 확인서ㆍ지급예정 확인서ㆍ문서발급예정 확인서ㆍ대출예정 확인서 등 10건(6101억원)’ 등이다. 특히 이 사건은 이 행장이 취임한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 행장을 비롯한 KB국민은행 경영진의 내부통제가 여전히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서다. ‘온순한 성품’으로 알려진 이 행장이 최근 강력한 쇄신작업을 공언한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강력한 쇄신안, KB금융 구할까

 
그는 이번 기회에 각종 비리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올 4월까지 직원의 각종 불법행위를 스스로 보고하도록 영令을 내렸다. 이 기간에 보고된 불법행위는 정상참작하겠다는 ‘당근’도 줬다. 이는 신고하지 않은 불법행위에는 엄한 채찍을 날리겠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행장은 5월 이후 적발된 비리는 가중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점 통제 시스템도 강화한다. 특정지점에서 1건의 비리만 발생해도 해당 지점장을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지역 본부장과 본부 본부장 등 임직원은 1번의 경고 이후 퇴출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 행장만큼은 아니지만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도 가슴앓이를 꽤 했다. KB국민카드 정보유출 책임 문제와 내부통제 문제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KB금융지주의 문제를 ‘파벌’에서 찾은 듯하다. 최근 KB금융의 ‘줄서기 인사’를 척결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혀서다. 국민ㆍ주택은행 출신의 평등주의 인사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인적네트워크와 채널중시인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직급의 정기인사를 ‘원샷’에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감사시스템도 정비한다. 사고신고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계열사 제보채널 외 독립성이 강한 지주사 감사부와 외부제보채널을 새로 만든다.

이처럼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시련의 계절’을 함께 보냈다. 그들이 취임한 이후 KB금융그룹의 실적은 떨어지고, 비리사건은 고구마 줄기 따라오듯 줄줄이 터졌다. 이 때문인지 두 CEO는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비리척결과 조직문화쇄신이 눈앞에 놓인 과제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두 CEO는 ‘불운하고 능력 없는, 그리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을 게다. 이들이 실적부진보다 조직문화쇄신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의 실적부진은 2차적인 문제가 됐다”며 “워낙 비리사건이 많이 터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금융의 첫째 과제가 신뢰회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CEO는 조직문화 쇄신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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