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장기펀드의 함정

▲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소득공제 혜택보다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소득공제 장기펀드가 출시됐다. 장기펀드에 가입하면 소득공제를 해준다는 게 골자다. 혜택이 커 매력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수익이 나도 만기까지 기다려야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상품구성을 해놨기 때문이다. 만기에 주식시장이 안 좋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적금과 펀드의 차이는 뭘까. 대부분의 사람은 안정성과 수익성의 차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다. 가장 다른 점이긴 하다. 하지만 완전한 답은 아니다. 나와야 할 단어가 하나 더 있다.  ‘만기’다. 금리를 기준으로 원리금을 계산하는 적금은 만기를 지키는 게 최선이다. 금리는 철저히 시간에 비례한다. 만기만 잘 지키면 약속한 금리를 받는다.

펀드는 그렇지 않다. 채권형 펀드는 금리상품인 적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는 만기와 무관하다. 펀드도 시간이 중요하기는 매한가지다. 투자를 가능하게 만드는 변동성을 이길 정도의 기간은 필요하다. 다만 수익 측면에서 만기를 생각해선 안 된다. 만기까지 가는 게 최선이라는 적금시대의 사고방식은 실패하는 투자의 전형이다. 투자는 만기 이전이라도, 아니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났을 때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 중도에 해약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에서 오르기 시작해 1년 만에 2400포인트까지 오른 후 다시 하락해 2년 뒤에는 2000포인트까지 돌아오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지수가 2400포인트에 도달한 시점에는 분명히 수익이 날 것이다. 하지만 만기에 지수가 계속 오르지 못하고 하락할 경우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1년 만에 수익이 올랐을 때 수익을 챙기면서 해약을 할 것인지 아니면 만기까지 기다려 손해를 볼 것인지를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전자를 택할 것이다.

 
따라서 펀드 투자시 만기는 무의미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출시된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중산층의 소득공제효과를 내세우며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 펀드는 매월 50만원씩 주식이 40% 이상 포함된 주식형ㆍ혼합형 펀드에 가입하면 불입액의 40%를 최고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준다. 15%의 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은 36만원(주민세 포함 39만6000원)의 세금을 환급받는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5년 내에 해지하면 혜택은 토해내야 하고, 10년을 묶어둬야 완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주식시세가 오르면 상관없지만 5년이나 10년이 흐른 시기에 시세가 좋지 않으면 원금을 못 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소득공제 절세효과로 선심을 쓰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필자는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재형저축(1980년대)에 가입했다가 큰코를 다친 적 있다. 중간에는 수익이 났지만 가입 후 3년이 되는 만기 시점에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손해를 봤다. 이런 역사가 있음에도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만기’ 형태로 만들었다는 건 소비자를 대놓고 우롱하겠다는 것과 같다. 소비자는 변했는데 금융권과 정부는 아직도 30년 전의 1980년대와 같은 듯하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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