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Good & Bad

책임은 최상단에서 지는 것이다. CEO가 책임경영을 펼치면 직원들을 춤을 춘다. 하지만 CEO가 번번이 발을 빼면 직원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엉뚱하게 화를 입을 수 있어서다. 여기 책임경영을 주창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한명은 책임경영을 밀어붙이고, 다른 한명은 책임질 사람을 찾는다. 황창규 KT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Good
황창규 KT 회장

“왜 책임지는 이가 없는가”

‘황의 개혁’이 시작됐다. 황창규 KT 회장이 조직 내부를 향해 칼을 빼들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황 회장의 ‘책임경영 철학’이 있다. KT는 최근 ‘리스크 관리 TF(태스크 포스)’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공식적인 임무는 회사의 ‘위기관리’. 하지만 실제 임무는 잘못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려 문책하는 것이다. 얼마전 황 회장이 임원회의에서 쏟아낸 말과 무관치 않은 조직이다.

“왜 KT는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느냐. KT가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책임지지 않는 기업 문화다. 프로젝트 실패와 비리 임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임원 및 계열사 CEO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의 이런 판단은 법무ㆍ재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황 회장은 계열사 CEO의 임기를 1년으로 공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TF는 과도한 투자 프로젝트, 계획과 달리 성과가 없는 사업,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는 지분 투자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009년 KT와 KTF 합병 이후 시스템 통합을 위해 만들었다가 2700억원의 손실만 떠안고 중단된 BIT(Business & Information system Transformation) 사업,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시정명령을 받은 무궁화 3호 위성 매각 등이 대표적인 조사대상이다.

KT는 전임 회장의 검찰 조사와 관련된 사장 2명, BIT와 KT 오픈플랫폼(KT OP) 사업과 관련된 부사장 1명, 상무 2명 등 이미 관련 임원 15명을 퇴임시켰다. 하지만 추가 조사를 계속 진행해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친 것이 확인되면 퇴임 여부와 관계없이 민사상의 책임도 물을 방침이다. KT를 벌벌 떨게 하는 황창규식 책임경영. KT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일단 바람은 거세고, 혁신은 시작됐다.


Bad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나 말고 책임 질 사람 많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줄줄이 사임하고 있다. 신 회장은 4월 3일 물류계열사 롯데로지스틱스에 이어 10일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 결과 신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그룹 계열사는 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롯데케미칼ㆍ롯데캐논ㆍ롯데상사ㆍ코리아세븐ㆍ롯데정보통신ㆍFRL코리아ㆍ대홍기획ㆍ롯데닷컴ㆍ롯데리아 등 11곳으로 줄어들었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롯데알미늄 등기이사직을 그만둔 것은 임기만료에 따른 것”이라며 “사내이사를 실무임원진으로 구성하기 위한 자연스런 절차”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신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최근 롯데그룹에서 잇따라 터지고 있는 악재들에 대한 책임론이나 상장사 임원 연봉공개부담 등의 문제와 관련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그룹 안팎에서 잇따라 터진 각종 사건사고가 등기이사직 사임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사고의 불똥이 신 회장에게 튀기 전에 등기이사직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등기임원 연봉이 공개된 것도 신 회장에게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각 계열사에서 과도한 연봉과 배당금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44억4100만원의 보수를 계열사에서 받았다. 익명을 원한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재벌 총수는 언제나 책임경영을 운운한다. 그런데 최근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고 등기임원의 연봉이 공개되자 너나 할 것 없이 등기이사에서 발을 빼고 있다. 책임경영의 근거 ‘등기문서’를 스스로 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귀담아들어야 할 일침이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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