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 재고 경제학

‘아울렛에선 모든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다.’ 이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똑같은 아울렛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아울렛에 들어오는 재고제품의 등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아울렛은 1차 재고품, 팩토리아울렛은 2차 재고품을 주로 취급한다.

▲ 특정 브랜드 마니아라면 팩토리아울렛을 이용하면 좋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국내 아울렛 시장의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다른 유통 업태가 부진을 면치 못할 때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울렛이 요즘 가장 뜨거운 ‘유통채널’로 떠오른 이유다. 한국유통물류진흥원의 유통산업정보에 따르면 아울렛은 의류제조업체나 도소매업체들이 흠이 있는 상품, 남은 재고, 과잉 생산품을 저가로 판매하는 쇼핑센터를 말한다. 정의처럼 국내 의류 제조업체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자체 아울렛을 운영한다.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아울렛몰에 입점해 재고를 저렴하게 파는 업체도 있다. 의류업체에 아울렛은 말 그대로 ‘출구(Outlet)’나 마찬가지다. 아울렛 판매를 통해 재고품 처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재고품 처리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보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울렛은 기특한 출구다. 비싸서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브랜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서다. 아울렛에 제품이 전달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의류 제조업체들은 SS(봄여름), FW(가을·겨울) 시즌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 신제품들은 시즌 오프(1~2월, 7~8월) 기간에 20~30% 싼값에 팔린다. 그래도 팔리지 않은 제품은 재고가 되는데, 대부분 의류제조업체의 물류센터에 쌓아 놓는다. 이때 물류센터에 입고된 제품은 1년차 재고가 되고, 불량품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아울렛 채널에 보내진다. 이런 재고상품은 아울렛 채널에서 보통 4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팔린다. 그런데 아울렛 채널에서도 팔리지 않은 제품은 다시 물류센터로 옮겨진다.

 
2년차 재고품이 되는 거다. 이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아울렛 채널에서 팔리거나 팩토리아울렛으로 간다. 팩토리아울렛은 제조업체가 유통라인을 거치지 않고 직영으로 운영하는 상설할인매장이다. 한섬과 LF패션(옛 LG패션) 등이 자체 팩토리아울렛을 운영한다. 한섬 관계자는 “고가의 브랜드의 1년차 재고의 경우 프리미엄아울렛, 2년차 재고는 팩토리아울렛에서 판매한다”며 “팩토리아울렛이라 하더라도 물량이 많이 남았을 때는 이벤트성으로 추가 세일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섬의 대표 브랜드는 마인·SJSJ·타임 등이다. 특정 브랜드의 마니아라면 의류 업체의 팩토리아울렛을 활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SPA(제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의 재고처리 방식은 조금 다르다. 안 팔리는 제품은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재고를 소진한다. 보통 시즌오프 때 할인을 시작해 시즌이 끝날 무렵쯤 일부 제품은 90% 의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일부 제품에는 가격 태그에 할인 스티커가 여럿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SPA 브랜드는 재고가 과하게 남으면 자금 회전이 안 되고 관리비용이 크게 늘어나 할인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며 “세일 후반부까지도 팔리지 않는 제품은 할인율을 높여서라도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SPA 브랜드의 경우 시즌오프가 시작될 때부터 해당 매장에 자주 방문하는 게 좋다”며 “지불할 수 있는 할인가격이 적용될 때 바로 구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인율이 높아지지만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확률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다. 의류업체 재고 방식. 알아두면 돈이 된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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