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의 묘한 플랜

▲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이어 제2의 LC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에 나섰다. 성장하고 있는 단거리 노선을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이라는 LCC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에어부산은 그룹 단거리 노선 확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일까.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늘어나고 있는 단거리 항공시장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LCC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LCC인 에어부산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또 다른 LCC를 설립하려는 이유가 뭘까.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처럼 단거리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내 단거리 항공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그룹 계열인 에어부산을 비롯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5개 LCC의 지난해 국내 항공시장 점유율은 21.4%를 기록했다. 지난해 18.8%와 비교하면 2.6%포인트 늘어났다. 국내선 점유율은 4.2%포인트 증가한 48%, 국제선은 2.1%포인트 오른 9.6%를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해 5개 LCC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11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중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을 진행하고 있어 단거리 항공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경영학) 교수는 “앞으로 중국 항공시장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이어 제2의 LCC를 만들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의 LCC인 에어부산이 그룹 단거리 노선 확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일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부산이 기반이라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노선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보다는 새로운 LCC를 설립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에어부산의 지분율을 보면 답이 나온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이 46%, 부산상공회의소 소속 부산 향토기업이 49%, 부산시가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을 하지만 이익이 생기면 부산 향토기업으로 돌아가는 몫이 더 크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이다.

새 LCC, 에어부산과의 관계는…

하지만 새 LCC는 다르다. 지분은 아시아나항공이 100% 보유한다. 노선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일부분 떼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LCC를 설립해 수도권 노선과 단거리 국제선을 맡기고, 아시아나항공은 중장거리 국제선을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올해 초 부임한 후 단거리 노선에 대한 수익성 회복 방안을 추진했고, 제2의 LCC 설립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한편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LCC 설립이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성장하는 중국 항공시장을 보고 아시아나항공에서 단거리 노선을 따로 분리하는 것인데, 중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의 이익은 줄고 새로운 LCC도 이익을 내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경영합리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장거리 노선)~에어부산(부산 중심의 단거리 노선)~새로운 LCC(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단거리 노선) 구도’를 만들었는데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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