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컴퍼니 빌더로 불러달라”
“벤처캐피털? 컴퍼니 빌더로 불러달라”
  • 김미선 기자
  • 호수 89
  • 승인 2014.04.24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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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벤처캐피털이 초기 스타트업 기업에 베팅하기란 쉽지 않다.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만큼 실패 확률도 커서다. 재력가를 우연히 만나거나, 정부지원을 받지 않으면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 스타트업만 발굴해 투자하고, 또 키워주는 회사가 있다. 컴퍼니 빌더 ‘패스트트랙아시아’다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스타트업만 전문으로 투자하고 키운다. 직접 스타트업을 만들기도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투자업계에서 박지웅(33)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다. 워낙 굵직한 인수·합병(M&A) 투자건을 여러번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20대에 스톤브릿지캐피털에 입사한 박지웅 대표는 4년가량 심사역으로 활동하면서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티켓몬스터(리빙소셜에 매각), 엔써즈(KT에 매각), 소셜인어스(케이프에 매각), 띵소프트(넥슨에 매각) 등을 발굴해 투자를 유치했다.

그런 그가 투자로 인연을 맺은 신현성 티몬 대표, 노정석 파이브락스 CSO(당시 아블라컴퍼니 대표), 한국의 스톤브릿지캐피털, 미국의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했다. 얼핏 벤처캐피털 같지만 DNA가 조금 다르다. 일단 스타트업만 전문으로 발굴해 투자한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예비 CEO를 찾아 회사를 공동설립하기도 한다. 투자 후에도 경영을 지원하며 회사를 함께 키워나간다. 박 대표는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벤처캐피털이라기 보다는 컴퍼니 빌더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 패스트트랙아시아를 만든 취지가 뭔가.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티몬의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티몬 같은 케이스, 다시 말해 보석 같은 스타트업을 여러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 주로 스타트업에 발굴하고 투자하나.
“스타트업을 만들기도 하고 직접 투자를 하기도 한다. 또 이들을 성장시키기는 일도 한다.”

✚ 기존 벤처캐피털과 무엇이 다른가.
“일단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게 다르다. 기존 벤처캐피털은 펀드를 운용해 벤처회사에 투자한다. 당연히 만기가 있다. 평균 7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를 한다. 우리는 다르다. 펀드를 운용하지 않는다. 직접 회사를 만들거나 좋은 회사를 발굴해 투자하는 두가지 방식을 병행해 운영한다.”

✚ 투자 후에도 따로 관리를 하나.
“그 점이 벤처캐피털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에는 투자 담당 직원이 많은데 우리는 투자한 회사의 성장을 돕는 인력이 더 많다.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좋을지를 찍기보다 투자한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투자한 회사가 원한다면 기한 없이 영원히 함께 가는 콘셉트다. 단순히 투자만 하지 않는다.”

 
✚ 그럼 수익은 무엇으로 올리나.
“회사를 공동 설립하기도 하거나 투자한 회사의 지분을 갖는다. 이 회사들이 성장하거나 인수·합병(M&A)되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을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어떤 노력을 말하는 건가.
“홍보·채용·재무·데이터 분석·소셜미디어·커뮤니티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전담 본사 인력이 지원한다. 스타트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신경을 쓰기 어려운 부분이다. 투자를 통한 재무적인 지원은 당연히 따라가고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이드 역할도 한다. 이후 투자 유치가 필요할 때도 도움을 준다.”

“투자 후 성장시키는 역할까지”

이런 맥락에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때론 스타트업을 직접 만든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을 돕는 독특한 개념의 벤처캐피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벤처캐피털보단 컴퍼니 빌더(Com pany Builder)에 가깝다.

✚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뭔가.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같다. 해당 기업이 얼마나 좋은 시장에 속해 있는지, 어떤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지다.”

✚ 지난해 온라인 농수산물 직거래 쇼핑물인 헬로네이처에 투자했다. 농산물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본건가. “헬로네이처 같은 경우 유기농 농산물 시장이 타깃이다. 흥미롭게도 유기농 농산물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하고 있다. 전체 농산물 시장의 성장세(연평균 1%)보다 훨씬 가파르다. 헬로네이처에 투자한 이유다.”

✚ 헬로네이처의 매출도 크게 늘어났겠다.
“처음 헬로네이처에 투자한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갈 때 300%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재직 당시 박 대표는 티몬, 엔써즈 등 기업을 발굴했다. 가장 투자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꼽는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회사가치를 창출한 건 티몬이다. M&A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꼽으면 엔써즈다. 당시 1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KT에 인수됐다. 지속가능한 경영에 점수를 준다면 배달주문 애플리케이션 업체 ‘배달의 민족’을 들 수 있다.”

✚ 성공적인 투자의 비결은 뭔가.
“초창기 티몬은 지역 음식점 쿠폰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이런 티몬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J나 현대카드 등이 뛰어들면 금방 끝나는 판이라고 말했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백지 상태에서 판단한 게 주효한 것 같다.”

 
✚ 스타트업은 어떤 식으로 발굴하나.
“찾아다니는 것 절반, 나머지 절반은 신뢰할 만한 이들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 투자를 할 때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나서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자의 첫째 덕목은 ‘겸손’

✚ 투자자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가 있을 법하다.
“지식적 측면에서 투자자가 창업자보다 더 많이 알기는 어렵다. 투자자가 ‘창업자보다 내가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류가 시작된다. 투자자의 첫째 덕목은 겸손한 마인드다. 다양한 분야를 꾸준하게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 지금까지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육성했다. 최근에는 창업캠프도 진행하지 않았나. 많은 창업자를 만나면서 느끼는 게 많을 거 같다. 이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 같은 게 있나.
“투자자는 창업자에게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먼저 경험한 시행착오를 알려주고 공유하는 사람이다. 이 전제를 깔고 얘기한다면 ‘좋은 아이디어’만 갖고 창업에 뛰어드는 걸 경계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아이디어, 사업화하기 어려운 아이디어, 누군가 사업화한 아이디어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 아이디어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하라고 말하고 싶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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