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 콘텐트 중 하나인 디지털 게임의 모든 걸 부정해선 안 된다.[사진=뉴시스]

현대의 가장 대표적 놀이는 뭘까. 디지털 게임이다. 게임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강국이다. 모바일 확장으로 게임시장 규모도 커졌다. 그림자만 볼 것이 아니라 놀이의 밝은 면을 키워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가선 곤란하다.

‘논다’라는 말은 즐겁고 신나는 언어다. 어릴 때 우린 ‘노는 것’이 가장 즐거웠고 지금도 ‘노는 날’이 가장 좋다. 노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다. 누가 시키는 것도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 그래서 놀이는 최고로 재미있는 일이다.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ㆍ놀이하는 사람)’로 정의하는 이유다. 하지만 놀이가 중요한 건 재밌거나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 맘대로 절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곳에는 규칙이 있고 함께 놀이를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있다. 놀이는 인간의 또 다른 특징인 ‘생각하는 사람(Homo sapiens)’과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homo faber)’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그만큼 놀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다.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문학가인 호이징가(J. Huizinga)에 따르면 놀이는 문화 이전에 생성된 것으로 놀이를 통해 문화가 나오고 문명이 만들어졌다. 또한 예술과 동일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법률ㆍ경제ㆍ과학ㆍ지식 등의 활동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본질적으로 놀이가 중요한 이유는 놀이를 통해 실제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아서다. 아울러 모든 놀이에는 참여자 모두가 인정하는 일정한 원칙과 규칙이 있다. 이처럼 놀이의 비목적 추구성은 목적만 가지고 움직이는 인간의 이기성을 상쇄하고, 원칙과 규칙은 사회적 소속원으로서의 자질을 만들어 준다. 특히 놀이는 긍정적 승부욕과 경쟁심을 만들어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축구를 잘 하려면 뛰어난 축구 기술과 창조적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놀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시간 제한이 있다는 거다. 아무리 좋더라도 하루 종일 놀이를 할 수는 없다. 하루를 크게 3등분하면 일하는 기간(at work), 일하지 않는 시간(after work), 수면시간(at sleep)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놀이는 일하지 않는 시간에 한정된 활동이다. 그 외 시간에 놀이를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3분의 1씩 균등히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바쁜 사회에서는 균등한 배분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일하지 않는 시간을 줄이고, 수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일을 하기 위한 준비시간, 예를 들어 긴 거리의 통근시간 등이 일하지 않는 시간을 줄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콘텐트는 놀이다. 때문에 콘텐트는 문화를 만들고 문명을 만든다. 또한 비목적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인간다움을 추구한다. 훌륭한 IT기술을 익히게 만들고 창의성을 개발해 준다. 역사를 가르쳐 주고 인간관계를 설명해 준다. 현대 놀이의 중심은 디지털 게임이다. 특히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우리의 전략게임은 ‘놀이성’을 대표하고 있다. 산업적으로도 게임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게임 수출액은 문화콘텐트 전체 분야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게임 수출액은 26억4000만 달러로 K-팝 수출액의 11배에 달한다. 게임만 본다면 한국은 미국ㆍ일본ㆍ중국ㆍ영국에 이어 세계 5대 강국에 속한다. 또한 게임은 애니메이션ㆍ캐릭터ㆍ음원 등 대표적인 융합 콘텐트로 뛰어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모바일 세상의 확장은 게임 시장 규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모든 사물에는 음과 양이 있고 선과 악이 있다. 선만을 강조할 수도 없지만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최근 게임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자주 나오고 있다. 게임총량제를 통한 규제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중독적 증세를 보이는 게임 매몰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자가 있다고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류준호 서울과기대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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