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 ‘다시 보기’

▲ 국내 주식형 펀드가 외면 받고 있지만, 옥석만 가리면 웬만한 해외펀드보다 나을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새로운 투자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같은 상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상품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옥석을 가려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장세가 매섭다. 2011년 출범한 이래 올해 1분기에만 832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현재 수탁액은 2조원을 돌파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ELS 발행액은 45조5935억원으로 2012년보다 1487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발행액이다. 코스피지수가 3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고, 국내기업의 성장도 둔화하면서 중위험ㆍ중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롱쇼트 전략을 주요 운용전략으로 삼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쇼트 전략에는 공매도가 필수다. 그런데 한국에선 주식을 미리 빌릴 수 있는 곳이 연기금 외에는 없다. 공매도는 속도 싸움인데 대차거래를 할 곳이 한정돼 있으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세금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ELS의 경우, 조기ㆍ만기 상환 시 발생하는 수익금이 전부 금융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상환시기가 예상과 달라져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된다.

많은 이들이 올해 전체 주식시장을 지속적인 신흥국의 위기와 자금이탈로 인한 박스권 장세로 예측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주식형 펀드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세금이다. 주식투자에서 시세차익은 매매대금의 0.3%에 해당하는 증권거래세를 제외하고는 비과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서 발생하는 수익금 대부분은 금융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절세를 생각하면 상당한 매력이 있다. 물론 해당 펀드가 가치주ㆍ배당주 위주의 운용전략을 택하고 있는 펀드라면 배당금 수익이 금융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변동성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투자전략에 있어 환율이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다른 금융상품들보다 변동성이 적다. 장ㆍ단기 투자 모두에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단 거다. 끝으로 수익률이다.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들의 수익률은 저조하다. 하지만 부진한 시장과는 무관하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들도 있다. 실제로 한국의 스타급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몇몇 펀드들은 코스피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옛말에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내치지 않는다)’이라고 했다. 당장은 부진한 박스권 장세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대체 투자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를 부정적으로 인식해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제외해야 할 투자 상품’이 아니라 ‘여전히 매력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투자 상품’이다. 다만 옥석을 가려야 할 뿐이다. 펀드의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다면 펀드 평가회사 제로인에서 운영하는 ‘펀드닥터’나 향후 도입될 ‘펀드슈퍼마켓’ 등을 이용하면 관련 정보나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환 한화투자증권 올림픽지점 PB sunghwan.lee@hanwha.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