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신의 직장’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해부

교육시설재난공제회라는 이름을 들어봤는가. 나랏돈과 국민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외부감사 한번 제대로 받지 않은 교육부 산하단체로, ‘숨은 신神의 직장’이다. 더스쿠프가 베일을 벗겼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이 도왔다.

■ 시ㆍ도 교육청 국장은 1인당 1000만원 넘는 호화해외연수
■ 교육부 국장의 친딸, 공제회 특혜취업 의혹
■ 공제회 회장의 200만원짜리 소파, 교육부 장관에 제공
■ 나랏돈과 국민돈으로 운영되지만 외부감사 안 받아
■ 한해 인건비+관리ㆍ운영비만 약 60억원, 독감접종비도 지급

 

▲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를 법망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2012년 10월 24일. 14개 대학의 연구실 안전관리 책임자가 ‘해외연수(미국)’를 떠났다. 교육부 산하 A법인이 마련한 8박10일 일정의 연수로 14명 중 9명이 국립대 소속, 다시 말해 공무원이었다. 총 예산은 1억5393만원, 1인당 810만원에 달했다. [※참고: 이 연수에는 A법인의 회장, 팀장, 대리, 사외이사 2명도 참석했다. 연수단은 총 19명이었다.]  연수목적은 해외방재시설ㆍ교육기관 방문을 통한 선진지식 습득, 개선방안 마련이었지만 실제론 ‘호화 외유’에 지나지 않았다. 더스쿠프가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국회 교육체육문화관광위원회)에 의뢰해 단독입수한 8박10일의 스케줄을 꼼꼼히 살펴보자.

2012년 10월 24일(미국 도착ㆍ수요일) : 샌프란시스코 시내 이문화異文化 체험(트윈피크ㆍ금문공원ㆍ금문교ㆍ유니언 스퀘어ㆍ시빅센터 등), 베이 크루즈 투어. 10월 25일(목요일): 유관기관 방문(지진체험관ㆍ스탠퍼드대). 10월 26일(금요일): 요세미티 국립공원. 10월 27일(토요일): 길로이 아울렛 탐방, 샌프란시스코→라스베이거스 이동(비행기). 10월 28일(일요일):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10월 29일(월요일): 샌디에이고 이문화 체험(델 코로나도, 시포트 빌리지, 발보아 공원 등). 10월 30일(화요일): 유니버설 스튜디오 답사. 10월 31일(수요일): UCLA, 남가주대 등 유관기관 방문. 11월 1일(목요일) : 출발, 11월 2일(금요일): 인천공항 도착.

8박10일 일정 중 6일은 오롯이 관광만 했다. 전용차를 타고 다녔고, 4성급 호텔에 묶었다. 10월 27일~28일 투숙한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Bellagio Hotel)은 5성급이었다. 유관기관에는 단 이틀 방문했는데, 그마저도 ‘때우기’에 불과했다. 연수단이 작성한 연수결과보고서를 보면 그렇다. 총 42쪽(표지ㆍ목차 제외) 분량의 보고서에서 본문은 30쪽이다. 이 중 25쪽에는 방문국가ㆍ방문장소(기관)의 정보가 의미 없이 실려 있다.

이런 식이다. “… 방문지 □ 국명: 미합중국 □ 수도: 워싱턴 D.C □ 면적: 963만㎢(한반도의 42배) □ 공휴일: New Years Day, 마틴루터킹 탄생일, 대통령의 날, 독립기념일….” 나머지 5쪽엔 연수단이 UCLAㆍ남가주대ㆍ스탠퍼드대에 방문해 질의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원론적 내용들뿐이다. “… 연구실 안전관리 규정위반 시 위반자의 처벌기준은? 연구실 안전관리 관련 예산배정은? 대학연구실 안전사고 발생 시 보험처리는? ….” 이 연수가 만약 기업의 돈으로 진행됐다면 주주들의 뭇매를 맞았을 게다. 문제는 A법인이 국가와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8박10일 해외연수에 참가한 A법인 관계자, 공무원, 사립대 직원은 나랏돈과 국민돈으로 호화외유를 만끽한 셈이다. 이 대단한 A법인의 명칭은 ‘교육시설재난공제회’, 교육부 산하단체다.

공제회 안팎의 잡음 “물이 고였나”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이하 공제회)는 1948년 문교부(현 교육부)가 민법 제32조에 의거해 설립했다. 상호부조를 통해 재해를 입은 학교시설을 복구하자는 게 설립목적이다. 설립 후 2010년 7월까지 교육부 차관이 회장직을 겸임했다. 2010년 8월 공제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민간인 경영제도’가 도입됐고, 2012년 4월 기업인 출신 이윤수씨가 초대 회장에 올랐다. [※ 참고: 2010년 8월~2012년 3월에는 박충식 사무총장이 회장직무를 대행했다.]
 

자산규모는 1886억원(2013년 12월 31일 기준), 고유목적사업은 ‘공제업’이다. 비영리사단법인이기 때문에 공제사업은 면세혜택을 받는다.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대상도 아니다. 그래서 설립 후 지금까지 공식적인 외부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나랏돈과 국민돈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감시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얘기다. [※ 참고: 공제회는 퇴직자 등의 제보로 사정기관 내사, 국무총리실 조사(2013년 11월ㆍ감사결과 미발표), 교육부 감사(올 2월ㆍ감사중)를 받았다. 하지만 사정기관 내사, 국무총리실 조사는 공식적이지 않았고, 교육부 감사는 외부감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 공제회가 나랏돈과 국민돈으로 운영된다는 근거는 뭘까. 답은 ‘회비’에 있다. 공제회는 국ㆍ공ㆍ사립학교, 국ㆍ사립연구원이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된다. 지난해 회비수입은 192억원. 그중 133억원은 국ㆍ공립학교와 국립연구원이 납부했다. 전체 회비의 70%가량이 국비라는 얘기다. 정진후 의원은 “나머지 30%도 사립학교 등록금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과 같은 비용”이라며 “사실상 100%가 국민돈으로 운영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진행한 2012년 ‘대학 연구실 안전관리 책임자’ 해외연수. 8박10일 일정 중 6일을 오롯이 관광으로 보냈다. ❶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❷라스베가스 올드타운 ❸ 샌디에이고 시포트 빌리지 ❹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❺ 요세미티 국립공원 ❻ 유니버설 스튜디오 ❼ 유니버설 스튜디오 수중쇼 ❽ 그랜드 캐니언 경비행기 [사진=더스쿠프 포토]

이런 회비는 해마다 쌓이고 있다. 2008년 이후 5개년 회비수입은 연 평균 177억원, 지출은 105억원이다. 연 72억원을 남겼다는 얘기인데, 수입 대비 지출은 58.7%다. 그럼에도 공제회는 회비를 낮추지 않았다. 공제회 관계자는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수입 대비 지출은 약 22%”라며 “이런 맥락에서 회비를 낮추기보단 보상범위를 확대해 회원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회원에 혜택을 줘야 할 회비가 ‘흥청망청’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공제회는 숨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회장 연봉은 2억원이 넘고, 임원은 평균 1억8700여만원을 받는다.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연 6200만원에 이른다(계약직 제외). 관리직 1~3급은 특정업무비와 월정직책급을 받는다. 능률제고수당ㆍ출납수당ㆍ전산업무수당ㆍ기술업무수당 등 수당도 다채롭다. 연가보상비ㆍ월동비ㆍ창립기념격려금을 비롯한 혜택도 많다. 정진후 의원은 이렇게 꼬집었다. “연구실 출장을 간다는 이유로 위험수당을 추가 지급한다. 창립기념일에는 모든 직원에게 100만원을 주고, 심지어 독감접종비까지 지급한다. 2014년 인건비와 관리•운영비는 60억원에 가깝다. 이런 신의 직장이 또 어딨는가.”

승진은 웬만한 공공기관보다 훨씬 빠르다. 2011년 12월 열린 공제회 113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자. 당시 이사회 의장인 박충식 전 회장직무대행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을 모니터링한 결과, 직급승진시 최소 5년, 최대 8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공제회는 대부분 3~5년이면 진급해 대우수당을 받는다. 28세에 발령을 받는다면 40세 전에 관리직 2급으로 승진하고, 17년 동안 고위직에서 근무하는 격이다.”

이런 이유로 박충식 전 대행은 ‘최소승진 소요기간’을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이듬해 이윤수 회장이 취임한 후 원상복귀됐다. 익명을 원한 공제회 내부관계자의 말이다. “이 회장 취임 직후 직원들은 인사규정이 불법개정됐다고 주장했다. 모든 직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조직이기주의가 발동한 거였다.”

회비가 엉뚱한 곳에 사용된 사례는 또 있다. 공제회의 이사진과 선출직 이사(회장 추천)는 2010년과 2011년 ‘국외선진방재기관 연수’를 다녀왔다. 이사는 회장, 교육부 국장, 시ㆍ도 교육청 국장(5명) 등 7명, 선출직 이사는 7명이다. 2010년엔 9박10일 일정으로, 총 11명이 북유럽에 갔다. 대구광역시교육청, 광주광역시교육청, 울산광역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당시 직함) 등이 참가했다. 배정예산은 1억2243만원, 1인당 1113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외유였다. 별 의미도 없었다. 대부분의 일정을 관광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2011년엔 1억1542만원을 들여 서유럽(7박10일)을 방문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 행정관리국장, 전라북도교육청 기획관리국장, 대전광역시교육청 행정관리국장(당시 직함) 등 8명이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1인당 1442만원짜리 호화연수였다. 공제회 측은 “박충식 대행 시절의 연수”라며 “이윤수 회장 취임 이후엔 관련 연수를 진행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12~2013년 국외선진방재기관 연수를 진행하지 않은 건 공제회 상임감사의 지적 때문이었다. 2013년 11월 열린 공제회 125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자. “공제회 상임이사들 중 일부는 2010년과 2011년 국외연수사업으로 서유럽과 동유럽을 다녀온 적 있다. 이를 문제 삼아(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 사업을 재조정하도록 했다(이상범 전 상임감사ㆍ퇴임).”
 

그러나 이 연수는 올해 은근슬쩍 되살아났다. 올해 공제회 예산에는 선진방재기관 연수비용 1억3000만원이 계상돼 있다. 호화연수가 부활한 셈이다. 그 결과, 공제회의 해외연수사업예산은 지난해 3억2775만원에서 올해 5억원으로 52% 늘어났다. 최악의 경기침체기, 모든 조직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 공제회는 되레 지출비용을 늘린 셈이다. 

기관장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박충식 전 대행은 교통비가 지급되고 있음에도 ‘제네시스 BH 330 럭셔리’를 렌털해 전용차량으로 사용했다. 공제회에 승합차량이 3대나 있었지만 ‘차량지원이 어렵다’며 렌털을 강행했다. 당연히 예산에 잡히지 않은 돈이 집행됐다. 정년이 10년 남은 관리직 2급 직원의 명예퇴직수당도 맘대로 집행했다. 공제회 규칙에 따르면 정년잔여기간이 ‘10년 이내의 자’의 명예퇴직수당은 ‘퇴직 당시 월봉의 50%×정년 잔여월수×1/2’로 산정해야 한다. 그러나 공제회는 ‘명예퇴직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고, 약 1억4945만원을 더 지급했다. 나랏돈 1억원쯤은 아무렇게나 집행했다는 얘기다.

폐지됐던 호화연수 부활

이윤수 현 회장 역시 ‘조직을 맘대로’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첫째 문제는 겸직 논란이다. 이 회장은 현재 섬유제조업체 ‘유넵스’의 사내이사로 겸직 중이다. 공제회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 3월 26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상업ㆍ공업ㆍ금융업을 경영하는 경우 겸직할 수 없다”는 공제회 인사규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공제회 측은 “이 회장은 유넵스의 무보수 사내이사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넵스의 현 대표는 이 회장의 부인 전모씨. 이 회장이 사임한 직후 대표에 올랐다. 유넵스는 전형적인 가족회사고, ‘이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공제회의 주장은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이 회장과 유넵스가 무관치 않다는 확실한 근거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 있던 유넵스는 이 회장이 공제회 수장에 오른 지 두달 만인 2012년 6월 교육시설공제회관 바로 옆 건물(아일랜드파크)로 이전했다. 유넵스가 공제회 코앞으로 이사를 한 셈이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3년 6월 유넵스는 여의도의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이때 유넵스는 소파ㆍ이동식침대 등을 공제회에 맡겼고, 전달비용은 공제회가 지급했다.
 

문제는 그 비용이 50만500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유넵스의 이전비용을 공제회가 지급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공제회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당시 유넵스가 강남에 있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소파는 200만원이 넘는 것인데, 이 회장이 공제회에 기증했다.”

이 해명엔 거짓이 두개나 있다. 첫째는 유넵스가 강남에 있었기 때문에 비용이 비쌌다는 거다. 50만500원 지출 당시 유넵스는 공제회 옆 건물에 있었다. 공제회 측이 지출 명분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넵스의 위치를 착각한 것 같다. 둘째 거짓은 이 회장이 고가의 소파를 공제회에 기증했다는 해명이다. 더스쿠프 취재 결과, 이 소파는 공제회가 아닌 교육부 연락사무소(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 5층)에 있고, 교육부 장관이 접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공제회 돈으로 200만원이 넘는 소파를 나르고, 그 소파를 교육부 장관에게 제공한 셈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겸직은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대 치과병원 감사는 민간기업 겸직 사실이 적발돼 해임됐다. 이 회장의 겸직 논란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석연치 않은 건 더 있다. 큰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3월 미래부와 위탁협약을 체결한 ‘연구실 안전환경 구축지원사업(연구실 구축사업)’이다. 기간은 2013~2015년, 총 사업비는 90억6775만원이다. 그중 26억4775만원은 공제회가 부담하기로 했다.

공제회 상임감사가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위탁사업을 하면서 공제회 돈을 투입하는 건 불합리하다. 직전 위탁사업자는 자신들의 예산을 사용하지 않았다. 일상감사를 받을 것을 요청한다.” 일상감사는 특정 사업의 의사결정 전, 감사가 진행하는 적법성ㆍ타당성 심사를 말한다. 정부ㆍ공공기관에선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공제회 측은 “정부위탁사업이므로 괜찮다”며 감사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예산에도 없는 전용차 굴린 회장직무대행

이 때문인지 이 사업은 구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정부돈 유용’ 논란이다. 공제회에 구성된 이른바 ‘미래부 사업단’은 지난해 위탁사업의 일환으로 ‘연구실 안전환경 관련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 공제회 선출직 이사 C씨ㆍD씨, 외부자문위원 E씨(새누리당 당직자)가 참여했는데, 자문료ㆍ원고료 명목으로 정부돈 2000여만원이 집행됐다. 그런데 미래부가 이 보고서를 문제 삼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논문을 베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돈 2000여만원은 어디에 쓰였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공제회는 미래부에 소명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나랏돈과 국민돈으로 운영되지만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예산에 없는 사업을 진행했다가 일이 꼬인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공제회는 안전행정부와 ‘어린이 안전체험교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제회는 ‘어린이재난 안전교육시범학교(어린이 시범학교)’ ‘찾아가는 어린이 안전체험교육(어린이 체험교육)’에 연 1억원씩 3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된 건 ‘어린이 시범학교’ 사업이었다.

공제회는 이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안행부에 ‘지정기탁금’ 형태로 지급했다. 이번에도 일상감사, 이사회 의결, 총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예산에 없는 돈을 맘대로 사용한 셈인데, 그 때문인지 편법을 썼다. 안행부에 이윤수 회장 ‘개인 이름’으로 지정기탁금을 납부하고, 그 비용은 공제회에서 대신 처리한 것이다. 기탁자와 실제로 돈을 지급한 이가 다르다는 얘기다.

공제회 측은 “우리와 안행부의 행정처리가 미숙했다”고 해명했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익명을 원한 공제회 내부 관계자는 “공식협의를 생략한 채 사업진행여부를 밀실에서 결정하고, 돈을 집행할 명분을 찾는다”며 “그러다 보니 예산에 없는 돈이 마구 집행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상한 투자행태는 더 논란거리다[커버 파트1 참조]. 공제회는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복합건물 개발사업’에 35억원을 투자했다. 시행사 싸이트리더스의 토지계약금과 설계ㆍ감리비 명목이었다. 만기는 2014년 5월, 약정이율은 연 8%(수수료 1%)였다.[※ 참고: 고유목적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연 6%의 이율만 적용됐다.] 공제회 측은 “내부규정과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개발사업도 일상감사를 받지 않았다. 돈을 베팅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총회 승인 절차도 건너뛰었다. 안전장치로 시행사 대표의 자산을 담보로 잡았지만 그 가치는 투자액보다 훨씬 적은 20여억원에 불과했다. 리스크도 컸다. 시행사의 정체성은 불분명했고, 사업성공 가능성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전문투자집단 A은행, B증권이 까다로운 투자조건을 제시하면서 베팅을 유보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공제회는 망설이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에 손 댄 공제회, 결과는…

2013년 9월 9일 오후 5시50분께 공제회 감사가 “실행 가능성과 리스크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업무집행정지’ 요청을 했지만 이윤수 회장은 묵살했다. 오히려 이 요청을 받은 직후 35억원을 인터넷 뱅킹을 통해 시행사와 토지소유주에게 보냈다. 업무시간 종료 후였다. 그날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사업이 틀어지는 것처럼 공제회는 서둘렀다.

대단한 수익이 남는 것도 아니었다. 공제회는 개발사업이 성공하면 2억1000만원(만기일 기준ㆍ수수료 포함)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투자금 35억원을 금리 3%짜리 정기적금에만 넣어도 9개월 동안 약 8000만원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1억3000만원 더 벌겠다고 무리수를 던진 꼴인데, 이 사업은 진통을 겪고 있다. 사업방향이 호텔에서 오피스텔로 변경되면서 A은행, B증권 모두 발을 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B증권의 투자철회 사실을 공제회만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공제회 측은 “시행사가 B증권사와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행사 관계자는 “B증권과 일이 틀어진 걸 보고하지 않았다”며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랏돈과 국민돈 35억원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셈이다.
 

▲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폐쇄에 가까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목청을 높였다. [사진=뉴시스]

공제회 내부에서 이렇게 이상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 이 공제회가 국회와 국민의 감시를 받기 어려운 민간단체로 규정돼 있어서다. 이사회의 구성방식도 문제다. 공제회 이사회는 회장, 교육부 국장, 시ㆍ도 교육청 국장(5명), 선출직 이사(7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선출직 이사의 추천권은 회장에게 있다. 이사회 절반을 회장 측근으로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공제회의 현재 선출직 이사 7명 중 2명은 회장의 지인, 3명은 회장의 동문이다.

교육부와 시ㆍ도 교육청이 지도ㆍ감독을 원칙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 시ㆍ도 교육청 국장은 1000만원이 넘는 호화연수를 대접받았다. 교육부의 공제회 담당관이었던 조모 국장은 ‘친딸’을 특혜취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커버 파트2 참조]. 공제회에 2012년 10월 임용된 조 국장의 딸은 2013년 11월 국무총리실 특별감사가 실시된 직후 사직서를 냈다.

정진후 의원은 이렇게 꼬집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교직원 개인에게 회비를 받고 보험업을 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이며 국회감사를 받는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비슷한 형태지만 법 테두리 밖에 있다. 폐쇄에 가까운 조치가 필요하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신의 놀음’을 하고 있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하루빨리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머뭇거리면 애먼 나랏돈과 국민돈만 날아갈 우려가 있다. 뼈를 깎는 개혁, 아직 늦지 않았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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