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거품 꺼질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은 재임 시절인 1996년 12월 강세를 보이던 미국 주식시장의 모습을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S&P500지수는 750포인트 선이었다. 하지만 그린스펀 전 의장의 경고에도 S&P500지수는 4년 동안 강세장을 지속하며 2000년초 1550포인트선까지 상승했다. 그만큼 자산시장의 버블이 터지는 시점을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미국 증시의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이 폭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버블 징후는 충분해 보인다. 1980년대 후반 일본 증시 버블, 1990년대 후반 미국 TMT(Telecom•Media•Tech nology) 버블, 2000년대 중반 중국 투자 버블 당시 주식시장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을 살펴보자. 당시 일본과 미국 IT부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48배를 넘었고 중국 주식시장은 24배를 기록했다. 투자자가 이렇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였던 건 고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세계 경제 2위를 기록 중이던 일본의 고성장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전망과 신경제 기대주 TMT, 중국경제 고성장이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경기가 둔화되고 실적 전망이 하락세로 바뀌면서 버블은 터졌지만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첫째 성장주인 바이오ㆍ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전 세계의 고령화 추세, 스마트 환경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바이오ㆍ소프트웨어의의 수요가 증가세를 유지할 공산이 커서다. 특히 이 산업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의 영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일 것이다.
증시 하락, 투자과열 해소 과정
둘째 신주 발행과 기업공개(IPO)로 대표되는 공급부담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적정 가치를 웃돌 때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욕구는 강해지고 이는 수급 부담으로 작용해 버블의 요인이 된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수급 부담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신주발행금액은 1730억 달러로 시가총액 대비 1%를 기록했다. 나스닥의 신주발행금액도 시가총액 대비 0.4%에 지나지 않는다. IT 버블기였던 2000년 신주발행금액이 3%대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최근의 공급물량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1조1248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버블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세가지 기준을 살펴봤을 때 일부 산업의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지만 버블 붕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최근의 증시는 산업 사이클의 둔화보다는 투자심리의 과열 때문에 조정되고 있어, 버블 붕괴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미국 증시 내부적으로 자본조달 규모가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무엇보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아직은 경기와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증시는 버블 붕괴에 따른 주가 폭락보다는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칠 공산이 커 보인다. 버블 우려, 아직은 기우다.
오태동 LIG투자증권연구원 teddoh@lig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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