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의 이상한 요금제

이동통신사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출시한 지 1년 만이다.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속도 제한을 걸어놓기는 했지만 1년 전보다 요금제 가격이 저렴해져서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품질을 둘러싸고 우려감이 나온다. 3G 수준의 속도 제한이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이동통신사가 속도를 제한하자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동통신사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1년 만에 다시 출시했다. 4월 2일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인 데 이어 SK텔레콤과 KT가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와 오버랩된다.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프로모션을 시작하자 경쟁사가 곧바로 뒤따른 것과 똑같아서다. 당시 이동통신사는 3개월(2013년 1월~5월)에 한해 가입신청을 받았다. 이번 무제한 요금제는 이동통신사마다 금액과 데이터 제공량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구조는 동일하다.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초과하면 하루 데이터 한도 내에서 LTE 속도로 이용하고, 모두 소진할 땐 제한 속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무제한 요금이라고는 하지만 ‘제한’이 존재하는 셈이다.

1년 만에 출시한 무제한 요금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다. 지난해 요금제는 평균 9만원대였지만 올해는 이보다 1만원 싸졌다(8만원대 수준ㆍ24개월 약정 할인혜택 미포함). 함영민 IT칼럼니스트는 “기존 LTE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가격ㆍ속도ㆍ커버리지(서비스지역)였는데, 이번에 요금이 낮아짐으로써 앞으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동통신사 간의 무제한 요금제 가격경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제한 요금제의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말만 ‘무제한’이지 데이터량에 사실상 한계가 있는 건 지난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일정 데이터량을 모두 소비하면 제한속도 ‘3Mbps(KTㆍLG유플러스)’ 안에서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데, 3Mbps는 음원파일을 내려받는 것만 가능하다. 풀HD급 동영상을 보는 덴 무리가 따른다. 전문가들이 “제한속도는 LTE가 아닌 3G”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LTE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출시했으면 LTE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네트워크 유지보수와 데이터 트래픽 처리 분산화로도 트래픽 과부하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속도제한이라는 안전장치를 걸어둔 것이다. 결론적으로 LTE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는 허울뿐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속도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이동통신사의 인프라 수용량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속도에 제한을 둔 이유는 ‘헤비유저(데이터를 많이 쓰는 가입자)의 데이터 과점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특정 유저에게 데이터가 쏠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제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오류가 많은 주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동통신사는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놓고 결과적으로 3G 수준의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 문제는 접속이 끊기거나 통화 연결 불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속도하락 역시 품질 저하다.” 서비스 품질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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