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독소 ‘금피아’

▲ 금융권에서 재취업한 관료나 감독당국 출신들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양그룹, 부산저축은행 사태. 대형 금융사고다. 그 뒤에는 비리를 눈감아준 전현직 금감원 간부가 있었다. 일명 금피아다. 현재 금융권협회 부회장 자리도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금밥통’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소영’ 멤버였던 어윤대 회장을 내려보내기 위해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선출된 강정원 KB금융지주회장을 주저앉히는 작업이 진행됐다. 금융감독원은 무려 9개월에 걸쳐서 집요한 ‘신상 털기’를 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운전사는 물론이고, 주변의 사외이사들까지 ‘이 잡듯이 샅샅이’ 검사하고 제재를 가했던 사례다.

또한 2013년 7월에는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총대’를 메고 실행했던 BS금융지주회사 이장호 회장 ‘퇴진 압력’도 있다. 정부는 단 한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불과 한해 전에 금융감독원 원장에 의해서 우수한 지방은행으로 선정되었던 BS금융지주회사 이 회장에게 금융감독원 조영제 부원장은 퇴진 압력을 행사했다.

총대는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이 멨지만, 사실은 금융위가 뒤에서 지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뒤에는 집권여당과 청와대 관계자가 ‘자리’를 노리고 시킨 일이라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필요성’ 토론회서 밝힌 내용이다. 민 의원은 이같은 일련의 상황도 결국 금피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이 금융지주ㆍ은행ㆍ보험ㆍ증권의 상위 3~5개사를 분석한 결과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는 38명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들이 민간기업의 감사와 사외이사 등으로 잇따라 재취업하고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금피아의 전횡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금감원 전ㆍ현직 고위 간부들이 민간금융기관의 감사와 사외이사로 대거 이동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금감원이 그동안 자체쇄신방안으로 마련해 왔던 감사추천 폐지 방침에도 어긋나고, 공직자 윤리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동양그룹이나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사고 뒤에는 대출비리를 눈감고, 분식회계 방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감사 기밀문서까지 넘겨줬던 전ㆍ현직 금감원 간부가 배후에 있었다”며 “피감기관 재취업 관행을 근절해 전관예우에 따른 부실감사, 봐주기 감사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른바 ‘금피아’의 전횡이 우려스럽다”며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직자 윤리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현직 금감원 국장이 퇴임도 전에 은행 감사로 선임되는 행태가 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신임 부회장에 금감원 출신 인사가 낙점되면서 금융협회장 자리는 ‘모피아’가, 부회장 자리는 ‘금피아’가 차지하는 공식이 재연됐다. 현재 금융권 협회 부회장 자리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의 ‘금밥통’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를 제외한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대부분의 금융협회 부회장이 금감원 출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 재취업한 관료나 감독당국 출신들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물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모피아와 금피아 낙하산 관행이 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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