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바꾸는 우량 임차인

부동산 업계의 오랜 화두 중 하나는 ‘우량 임차인’이다. 임차인의 매출이 늘어야 많은 임대수익을 올리고, 매각을 할 땐 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우량 임차인, 어떻게 선별할 수 있을까. 아울러 투자한 건물에 우량 임차인을 어떻게 유치할까. 해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 부동산의 가치는 임차인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5년 전 성남 분당에 있는 연면적 148.5㎡(약 45평),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소형 건물을 10억원에 매입한 정태성(48)씨. 정씨가 사들인 이 건물은 매입 당시 1층에 신문보급소, 2층과 3층엔 사무실, 지하는 공실 상태였다. 임대보증금은 7500만원, 월 임대료는 400만원대였다. 정씨는 연 5% 수준인 임대수익률이 낮다고 판단해 계약 만기되는 임차인을 내보내고 작은 수출전문기업의 사무실을 유치했다. 그는 보증금은 동결한 상태에서 월 임대료를 470만원으로 올렸고 임대수익률은 6%대로 상승했다.

4년간 임대료를 동결했던 정씨는 최근 입주업체와 내년부터 임대료를 월 70만원 정도 올리는 데 합의했다. 수익률을 따진다면 연 7%를 넘는 수준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 건물은 5년 동안 가격도 2억원가량 올라 12억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 매장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은 임차인은 ‘우량 임차인’일 공산이 크다. 사진은 멋들어지게 리모델링한 피자헛 매장. [사진=뉴시스]
이처럼 저평가된 부동산이 ‘가치 투자’를 통해 몸값이 올라간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리모델링과 새단장은 ‘가치투자’를 충실히 한 결과물이다. 향후 변화할 수 있는 상가건물의 잠재성을 예상해 투자할 경우에는 시세 차익 증대와 임대수익 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건물주와 임차인 간 관계가 꾸준히 유지될 경우 이 건물의 보이지 않는 가치는 더욱 올라가게 마련이다. 이렇게 올라간 수익 중 30%를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박경한(52)씨가 2년 전 62억여원에 사들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100㎡(약 333평) 규모의 A빌딩은 평범한 사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박씨는 5억원 정도를 들여 빌딩을 리모델링하고 성형외과 등 의료시설을 유치했다가 최근 89억원에 되팔았다. 이 빌딩을 사들인 매수자는 현재 연 6%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38억원에 매각된 강남구 신사동 소재 지하 1층~지상 6층, 연면적 660㎡(약 200평)의 B빌딩도 마찬가지다. 이 빌딩을 2년 전 25억원에 샀던 투자자 정철(49)씨는 “세탁소와 사무실 등으로 쓰이던 빌딩을 새단장하고 상권 분석을 통해 지역 인기업종인 미용실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건물의 연 수익률도 6%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상가 화두 ‘우량 임차인’

임대인의 가치투자를 이야기했다면 지금부턴 임차인 얘기다. 싱가포르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인 알파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국내 부동산펀드를 통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신림동의 랜드마크 종합쇼핑몰인 ‘포도몰’을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알파인베스트먼트는 투자 2년여 만에 130%가 넘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포도몰의 가치가 높은 것은 역세권(신림역)에 위치한 데다 롯데시네마ㆍ스타벅스ㆍABC마트 등 다수의 장기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량 임차인 확보가 부동산 업계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임차인의 매출이 증가해야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매각 시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량 임차인은 경험이 풍부하며 장기간 운영이 가능해 매월 고정적으로 임대료를 납부할 수 있는 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나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병원,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우량 임차인을 고르는 방법은 뭘까. 세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시설투자 수준을 살펴야 한다. 시설 투자가 많이 되는 업종의 경우 그렇지 못한 임차인보다 꼼꼼하고 엄격하게 판단해 점포를 운영한다. 초기 비용을 많이 들인 만큼 임차인이 점포를 비우는 일도 적고 장기적으로 임대에 나선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시설 투자 수준이 높은 업종에 임대한 곳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 예컨대 입점 직후 리모델링을 하는 임차인은 ‘우량할’ 가능성이 크다. 리모델링을 해놓고 당장 떠나는 이는 드물어서다.

둘째, 임차인 지불능력을 먼저 따지는 게 좋다. 인지도 높은 브랜드 업종이나 은행, 병ㆍ의원 등으로 계약이 이뤄진 상가가 좋다. 지불 주체가 임대료를 체불할 공산이 적고, 장기적인 임대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임대기간이 장기적이기 때문에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기간 후 일정률의 임대료 인상도 가능하다. 기업의 자산관리 체계상 개인 임차인처럼 승계자에게 과도한 권리금을 요구하는 일도 적다. 권리금이 낮거나 없는 점포는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는 데 좋은 조건이 된다.

경기 광교신도시 A 상가의 179.6㎡(약 53평)짜리 점포를 분양받아 은행을 입점시킨 김오성(40)씨는 “6억원대에 점포를 분양받아 보증금 2억원, 임대료는 월 235만원을 받고 있다”며 “수익률도 6%대가 넘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지도 높은 브랜드처럼 사업성이 유망하거나 은행처럼 안정적인 업종의 임차인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입지 가치 바꾸는 임차인의 힘

셋째, 임차인의 장사 경험을 검증하라. 수익을 분석할 때 보증금과 월세 같은 경제적 수치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장사는 입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영자의 운영 능력에 따라 입지가 나쁜 점포라도 영업기반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입지 좋은 자리가 주인 탓에 빛을 못 보기도 한다. 임차인의 경영 수완을 고려, 중장기적 임대차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처럼 신축 분양 상가시장에 ‘우량 임차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량 임차인가 입주했을 때 효과는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상권 활성화와 마케팅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우량 임차인의 임대가 확정되면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우량 임차인은 상권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매장을 오픈하기 때문에 입지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는 것이 상가 분양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의 지름길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임차인이 확보돼 있다고 해도 현장방문을 통해 명확한 계약관계나 상권, 입지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량 임차인을 선별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2002cta@naver.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