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출신들의 罪

▲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부실 안전점검과 유착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해피아다. [사진=뉴시스]
한국해운조합 12명 이사장 중 10명은 해수부 관료 출신이다. 한국선급도 상황은 마찬가지.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수부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비정상적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해피아(해수부 전직 관료 출신)’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서해훼리호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그대로 세월호 참사까지 이어진 것은 공직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봐주기식 행정문화 때문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여야도 해양수산부 전직관료들의 관련기관ㆍ업체 재취업 문제를 지적하며 이른바 ‘해피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현행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ㆍ출연ㆍ보조를 받는 기관ㆍ단체 및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ㆍ단체(공직유관단체)로 확대 적용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을 맡은 한국해운조합은 엉터리 허위보고서를 승인해줬고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 역시 세월호를 버젓이 합격시킨 의혹이 있다”며 “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모두 해수부 출신 공무원들이 이사장 등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해수부 마피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의원(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장)은 모 라디오 방송에서 “여객선의 안전운행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맡는 한국해운조합, 국내 유일의 선박정밀검사ㆍ안전구조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 선박도면승인ㆍ안전검사업무를 위탁한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이 모두 해수부 낙하산들에 의해 오랫동안 운영돼왔다”고 설명했다.

 
우 최고위원은 “한국해운조합은 지금까지 12명 이사장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고 한국선급은 12명 중 8명이 관료출신이다”며 “선박안전기술공단의 현 이사장도 국토해양부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관료출신을 낙하산으로 앉혀놓은 이들 회사가 선박회사와 해운회사의 출자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기서 짬짜미가 이뤄지면 선박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점검도 부실하고 낙하산으로 온 관료들도 구조적인 문제는 묵인한다”며 “이것이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총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해수부 마피아’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해운업계 수장들의 사퇴도 줄을 잇고 있다. 검찰이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포착하고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부원찬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이 4월 30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5, 26일 전영기 한국선급(KR) 회장과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사퇴 이후 세 번째다.

현재 해수부 산하 및 유관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선박안전공단ㆍ한국선급ㆍ해운조합 포함)이 해수부 출신이다. 이 가운데 한국선급은 이번 사고 이후 허술한 점검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고, 역대 회장(이사장 포함)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인 ‘낙하산’ 논란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해운조합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 이사장을 포함해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전직 관료출신이어서 한국선급 등과 함께 ‘해수부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오명을 입었다. 해운조합은 2100여개 선사를 대표하는 해운 단체로 해수부로부터 위탁받아 화물적재 상태 점검,구명장비ㆍ소화설비 점검, 여객선 운항관리규정 확인 등 선박 안전운항 관리ㆍ감독을 해왔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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