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 윤윤수’ 김성완 스무디킹 CEO

여기 한 남자가 있다. 30대의 나이에 미국의 대형 음료 프랜차이즈 ‘스무디킹’을 인수했다. 휠라코리아가 휠라를 인수한 것처럼 말이다. 스무디킹 글로벌 CEO 김성완. 그가 40년 전통의 스무디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성완 대표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어봤다.

▲ 김성완 대표는 스무디킹을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만들겠다고 했다. BI도 세사람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연상시키는 왕관 모양으로 바꿨다.[사진=스무디킹 제공]
미국 뉴올리언스주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은? 김성완 스무디킹 글로벌 대표다. NBA 프로농구팀 ‘뉴올리온스 펠리컨스’의 홈경기장을 스무디킹 센터로 바꿔서다. 김 대표는 올 2월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이곳 경기장을 스무디킹 센터로 만드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이 경기장은 10년간 스무디킹 센터로 불리게 된다. 경기장 입구 상단에는 커다란 스무디킹 간판이 붙어 있다. 스무디킹이 자신들의 이름을 붙인 경기장을 갖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풋볼 경기장), 펩시(덴버 너기츠 홈구장)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스무디킹 창업자 스티브 쿠노는 이렇게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미국인 중에는 아직도 스무디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완의(김성완 대표의 미국 이름) 노력으로 탈바꿈한 스무디킹 센터로 미국인들은 더 이상 ‘스무디가 뭐야’라고 묻지 않을 거다.”  스티브 쿠노가 처음부터 김 대표를 지지한 건 아니었다. 2002년 스무디킹의 아시아 판권을 달라고 찾아온 30대 초반의 김 대표에게 그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한국인들은 스무디가 뭔지도 모를 텐데 그게 잘 되겠나?” 김 대표는 답했다. “자신 있습니다.”

그의 당당함 때문이었을까. 미국 유학 시절 스무디를 즐겨 마셨다며 협상 기간 내내 스무디를 입에서 떼지 않은 ‘열정’ 때문이었을까. 스무디킹의 창업자는 30대 초반의 젊은 한국인에게 ‘스무디킹 아시아 판권’을 선뜻 건넸다. 당시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을 그만둔 뒤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었다. 2003년 7월 서울 명동에 스무디킹 매장을 오픈한 후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2년 5000만 달러(약 571억원)을 들여 스무디킹 미국 본사를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 본사를 사들인 휠라처럼 말이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SCPE 등에서 투자를 받아 가능했다.

 
그가 스무디킹을 인수한 지는 이제 3년차. 김 대표의 스무디킹은 순항 중일까. 미국 언론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올 1분기에만 미국 내 14개 가맹점 계약을 맺었고 현재 22개 매장을 추가로 개발 중에 있다. 점포 내실은 더욱 튼튼해졌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성장했다. 미국 내 스무디킹 점포수는 560개다. 최근 김 대표는 점포 개발을 위해 20년간 던킨도너츠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계에 몸담은 현지 전문가를 사업개발 부사장으로 고용하고 현지 언론을 통해 “4년 안에 직영점과 가맹점을 모두 포함해 미국 내 100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4년 안에 현 매장수의 2배 가까이 추가 매장을 오픈하겠다는 건데 언뜻 맹랑하게 들린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스무디킹 브랜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앙트레프레너 매거진(Entre preneur Magazine)’이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톱 500 프랜차이즈’ 스몰 비즈니스 주스바 부문에서 19년 동안 줄곧 1위에 올랐다.

9년 만에 글로벌 본사 ‘인수’

‘성장엔진만 제대로 돌리면 매장수를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김 대표는 가능성도 엿봤다. 스무디킹 본사 인수 직후 싱가포르에 진출해 단시간에 8개 매장을 오픈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스무디킹의 성장세는 답보상태에 있다. 국내 스무디킹 매장수는 2012년 130개를 넘겼다가 올해 120개로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스무디킹코리아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스무디킹의 성장세가 꺾인 이유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스무디’가 음료시장에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너도 나도 정체불명의 스무디를 내놓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도 따지고 보면 김 대표의 실책일 수 있다. 스무디킹만의 ‘차별점’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해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였을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대표는 올 4월 2일 ‘미디어 데이’를 열고 기자들을 만났다.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의 차별성을 강조할 필요를 느끼고 전면 개편에 나서게 됐다”며 “우리 스무디는 인공 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고 영양소로 구성된 파우더를 첨가한 건강 음료로 일반 스무디와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말의 근거는 메뉴판에 있다. 스무디킹에서 가장 잘나가는 메뉴인 스트로베리 익스트림은 단순한 딸기스무디가 아니다. 딸기·파파야·소이프로틴이 들어가는 데 프로틴은 식물성 단백질이다.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천연당을 쓴다. 요즘 시중의 스무디는 과일·시럽·얼음을 갈아 만든다. 진짜 과일이 아닌 농축액을 쓰기도 한다. 웨이프로틴(단백질 보충제)을 넣은 다양한 피트니스 스무디도 있다.

스무디킹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가 더 쉽다. 군 간호사 출신의 창업자 스티브 쿠노는 알레르기와 저혈당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병을 해결하기 위해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먹거리를 개발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과일에 비타민·미네랄·단백질 등 영양소를 넣은 스무디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무디킹의 영양학적 측면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김 대표가 국내에 스무디킹을 들여올 때 과일 콘셉트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진짜배기 스무디킹을 알리기엔 시기상조라고 여겼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라이프’에 투자합니다.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스무디킹이 먹거리라는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투자하고 싶은 브랜드가 되게끔 만들 겁니다.”

한국시장에서 시험대 올라

▲ 스무디킹 센터로 바뀐 NBA 프로농구팀 뉴올리온스 펠리컨스 홈경기장.[사진=스무디킹 제공]
그는 이제 스무디킹이 “목적에 따라(with purpose) 스무디를 마실 수 있는 건강하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 센터(lifestyle center)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를 위해 ‘다이어트’ ‘피트니스’ ‘휴식’ ‘에너지’ 등 목적별로 스무디 메뉴를 재배치했다. 매장 확대 계획은 이렇다. 국내에는 올해 35개점을 출점을 목표로 하는데 팔당대교 자전거도로, 헬스클럽 내 매장 등 건강과 관련된 모든 장소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새로운 목표도 비전도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센터’는 스무디킹의 오랜 콘셉트다. 미국 소비자들은 오래 전부터 한끼 식사로, 다이어트 대용으로 운동 후 근육 단련을 위해 스무디킹을 찾았다. 김 대표는 “이제 오리진(Origin·본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다. 김 대표의 진짜 종착지는 그의 출발점이었던 ‘한국시장’일 수도 있다. 그가 시험대에 올랐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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