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에너지 전쟁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추가 제재에 보복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사진은 한 미국인이 백안관 앞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개입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기업들과의 관계를 다시 고려하겠다는 뜻을 시사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4월 2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어떻게 러시아에서 일하는지 생각해 봐야 된다”며 “러시아 경제 핵심인 에너지 등 부문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서방의 추가 제재 결정에 보복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4월 28일 러시아인 7명과 러시아 기업 17개의 자산 동결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즈네프트의 회장인 이고르 세친과 푸틴 대통령의 숨은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게나디 팀첸코 회장의 볼가그룹도 포함됐다. 유럽연합(EU)도 이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대상자 1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힘겨루기 양상 속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속이 타고 있다. BP나 엑손 등은 로즈네프트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즈네프트는 세계 석유 생산량의 5%, 러시아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며 러시아 정부가 75.16%, 영국국영석유회사 BP가 19.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글로벌 석유ㆍ가스 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어 문제가 깊어질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BP는 협업 관계가 뒤틀리지 않도록 자국 정부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에서는 석유화학기업인 바스프가 로비를 주도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에너지 회사 에니가 “유럽은 러시아를 제재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유럽이 쓰는 천연가스의 30%가 러시아 국영회사 가즈프롬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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