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수장 ‘도미노 사퇴’

▲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해운업계 기관장이 잇따라 사퇴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영기 전 회장, 부원찬 전 이사장, 주성호 전 이사장.[사진=뉴시스]

해운업계 수장의 사임이 잇따르고 있다. 사임 이유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산하기관의 감독 부실로 인해 발생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게다가 해운업계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해수부 마피아’의 사퇴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관련 기관장이 잇따라 사퇴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ㆍ한국선급ㆍ선박안전기술공단 회장과 이사장의 사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임 이유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줄사퇴의 포문을 연 인물은 전영기 한국선급 회장이다. 전 회장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책임을 지고 4월 25일 사퇴했다. 전 회장은 “이번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희생자와 유가족, 온 국민에게 큰 상실감과 슬픔을 준 것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며 “30년간의 선박 전문가로 종사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신속한 사고수습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선급은 해상에서의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조선해운과 해양에 관한 기술진흥을 목적으로 1960년 6월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한국선급의 경우 12명의 회장 중 8명이 해양수산부나 정부기관의 관료 출신이었다. 전 회장은 1960년 한국선급 설립 이후 54년만에 선출된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이었다. 지난해 3월 신임회장 선거에서 86명 중 46표를 획득해 주성호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을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부실 안전검사로 세월호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선급은 지난 2월 10~19일 매년 실시하는 정기 중간 검사에서 세월호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선체 내ㆍ외관, 기관, 배수시설, 통신설비 등 200여개 항목의 안전검사를 시행했지만 결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평가를 받은 구명벌(구명뗏목) 44개 가운데 제대로 작동한 구명벌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한국해운조합 19대 이사장에 취임한 주성호 이사장도 같은날 사임했다. 해양수산부는 주 이사장이 4월 25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다음날인 26일 밝혔다.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은 화물 적재 상태 점검, 구명장비ㆍ소화설비 비치 여부 점검, 여객선 운항관리규정 이행 상태 감시 등 선박 안전운항 관리 업무를 해양수산부로부터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승객 명단이 있는 안전점검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화물적재도 기준치를 초과하고 컨테이너 등 화물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을 승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해피아 본거지 초토화되나

부원찬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지난 30일 임기만료 한달을 앞두고 사임했다. 부 이사장은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소속 안전관리 기관의 일원으로서 송구스러움과 함께 침통한 심정이다”며 “이번의 큰 슬픔을 계기로 앞으로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선박의 항해와 관련한 안전을 확보하고 선박 또는 선박시설에 관한 기술을 연구ㆍ개발해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사퇴한 세명 가운데 전영기 전 회장만 한국선급 내부 출신인사였다. 1981년 한국선급에 입사해 런던지부장, 국제협력부장, 기술연구소장, 기술지원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하지만 나머지 두명의 인사는 전형적인 ‘해피아’ 출신이다. 부원찬 전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출신으로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를 거쳐 2010년에는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청장을 지냈다. 주원호 해운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3월까지 국토해양부 제2차관을 지냈다. 차관퇴임과 함께 한국선급 신임 회장에 도전했지만 전영기 전 회장에게 패했다. 하지만 그는 6개월뒤인 9월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국해운조합의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출신으로 한국선급과 함께 ‘해피아’의 본거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 관련 기관장이 잇따라 사퇴하고 검사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자 다른 관련기관의 ‘해피아’ 인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전직 관료가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운업계 전체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국선급 전 임원이 회사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부산 본사와 임직원 계좌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또한 공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오공균 전 회장과 전ㆍ현직 임직원 8명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과정에서 2011년 한국선급 본부장이 해양수산부 관계기관 공무원 7~8명에게 수백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해운조합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서 등 유관기관 관계자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과 기술안전 인천지부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검찰은 각종 서류와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70박스 분량을 확보하고 선박의 각종 검사와 승인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의 ‘해피아’와 해양수산부 내부도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가 더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해수부 산하기관과 유관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을 해수부 출신인 ‘해피아’가 독점하고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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