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아마존 제국

아마존의 장점은 ‘가파른 성장세’였다. 투자자들은 이익이 덜 나와도 아마존의 덩치가 커지는 걸 보면서 흐뭇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의 매출성장률은 벽에 부닥쳤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더 내라’며 아우성이다. 한편에선 제프 베조스가 ‘수익 혐오증’에 걸린 게 아니냐며 비판한다. 탄탄대로를 걷던 아마존.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 최근 아마존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사진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사진=뉴시스]
올 1분기, 아마존이 ‘묘한’ 실적을 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아마존의 올 1분기(1~3월) 매출은 197억4100만 달러(약 20조원)를 기록, 전년 동기비 23% 늘어났다. 로이터가 사전 집계한 시장 전문가 예상치 194억 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억4600만 달러로 전년 (1억8000만 달러) 동기비 19% 하락했다. 이 때문일까. 4월 25일(현지 시간)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아마존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 대비 9.8% 하락했다. 1월 21일 407.05달러까지 올랐던 아마존 주가는 4월 25일 303.83달러로 떨어졌다.

4월 28일, 현지 언론들은 앞 다퉈 ‘당신이 아마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이유’ ‘아마존과 투자자들의 허니문은 이제 끝났나’ 등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를 연이어 쏟아냈다. 미국의 한 증권 전문지는 이렇게 평가했다. “아마존의 상승장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사실 아마존의 경영방식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익이 생기면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고 신사업 진출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 더 빠른 배송을 위해 대형 물류창고를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른 배송 이외에도 ‘저가 정책’ ‘프라임 회원 서비스’ 등 고객 서비스에 아낌없이 투자하기도 한다. ‘적게 팔아 많이 남기기’보다 충성고객을 더 많이 만들어 볼륨을 키우는 게 아마존 스타일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까지 투자자들은 아마존을 평가할 때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성장률을 중요 지표로 봤다. 최근 몇년 동안 아마존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이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2010년 342억 달러였던 아마존의 매출액은 지난해 745억 달러를 기록해 두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 14억600달러였던 영업이익은 2011년 8억6200만 달러, 2012년에는 6억9300만 달러, 지난해에는 7억4500만 달러였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 같지만 매출 대비 영업마진은 2012년 1.1%에서 지난해 1%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제까지 투자자들은 ‘장기성장’을 목표로 하고 ‘투자’를 통해 세를 불려 나가는 아마존에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이들은 적은 영업이익에도 아마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성장세가 떨어지고 주가까지 폭락한 아마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들도 앞 다퉈 아마존의 경영 방식에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근거는 분기별 실적에 있다.

지난해 3분기 아마존의 매출성장률은 전년 대비 29%, 4분기에는 25%, 올 1분기에는 23%로 떨어졌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0.7%로 전년(1.1%)보다 0.4% 하락했다. 금융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제까지 아마존 투자자들은 적은 수익에도 인내심을 갖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마존의 매출 성장률 둔화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아마존의 현금 유동성은 매출 채권을 포함해 80억 달러지만 모두 신사업에 투자될 것”이라며 “분기보고서의 상당수 페이지를 게임, TV 관련 신사업 투자 관련 내용이 채우고 있지만 이들의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마존은 물류 창고·식료품 배달 서비스·애플과 넷플릭스에 대항할 TV 셋톱박스 등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다.

이는 당연히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은 올 2분기 5500만 달러에서 4억5500만 달러의 손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 가운데 아마존의 회장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포브스는 “아마존은 오랜 기간 수익을 내기보다 투자에 치중했다”며 “하지만 이제 월스트리트도 베조스의 ‘수익 혐오증’에 지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베조스가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주식이 폭락하기 전 자사주를 대거 팔아 치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월 13일(현지 시간) “최근 6개월 동안 제프 베조스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주식 10억 달러가량을 내다 팔았다”고 보도했다. 과거 투자만을 강조했던 베조스는 올 2월에만 3억51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의 주식 처분이 주가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하다.

물론 베조스에게만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긴 어렵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도 페이스북 상장 직후인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페이스북 주식 2022만주를 보유했었는데 주가가 오를 때마다 주식을 꾸준히 처분해 4월 14일 기준 보유지분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아마존의 성장전략에 물음표 붙어

미국의 기술주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도 아마존 주가 추락과 관련이 깊다. 테슬라 모터스의 주식은 3월 4일 고점을 찍은 후 4월 25일 주가가 23%까지 떨어졌다. 구글의 클래스A 주가도 2월 25일 이후 14.3%나 하락했다. 이를 두고 최근 미국 증권가에서는 ‘기술주’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우려와 함께 이들의 ‘거품’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유독 아마존의 실적에 촉각이 쏠리는 이유는 그 어떤 기업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아마존이라서다.

그렇다고 실망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2001년 닷컴버블이 붕괴됐을 때 많은 기업이 사업을 축소했지만 베조스는 적자에 연연하기보다 아마존의 판매가격부터 배송료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저가정책을 내세워 재기에 성공했다. 비상경영 체제 중에도 고객가치를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베조스의 힘을 믿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이제 베조스에게 남은 숙제는 거품 속 아마존의 출구를 찾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아 오는 거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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