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수수료 출혈경쟁

▲ 증권업계는 수수료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수료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증권업체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수수료를 떨어뜨려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게 증권업체의 전략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출혈경쟁’만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가 0.001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증권업계,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듯하다.

증권업계의 실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12월 증권회사의 당기순손실액은 1098억원으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28개사로 금액은 7034억원에 달했다. 표면적인 증권업계 부진의 원인은 주식거래량과 거래대금의 감소에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증권사 사이에서 벌어진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다. 위탁판매 위주의 영업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매매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낮춘 게 독이 됐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시작된 건 2000년대부터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자 증권사들은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 수수료율을 떨어뜨렸다. 당시만 해도 수수료율 인하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었다. 2000년 벤처 붐과 함께 증권업계가 큰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수익으로 연결됐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은 온라인 전문 증권사가 등장하면서 더욱 가열됐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의 온라인전문증권사가 최저 수수료율을 무기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시작됐고 이는 기존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로 확대됐다.

 
온라인 증권사의 전략은 적중했다.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업계 1위와 2위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국내 증권사의 주식 거래대금 2892조3479억원 가운데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거래금액은 각각 476조7925억원과 225조4474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6.8%, 7.8%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8년 하나대투증권의 ‘피가로’를 시작으로 증권사의 수수료 인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정액제 이벤트 등 수수료 무료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수수료 인하 경쟁이 무료 수수료 경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이탈에 따른 주식 거래량과 거래대금 감소의 영향으로 고객 유치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며 “무료 수수료 이벤트와 수수료 인하 경쟁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혜택기간도 이전의 3개월 내외에서 1년으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이 수익성과 신규고객 확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의 수수료가 0.015%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낮은 수수료를 통한 고객 확보가 더 이상은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수수료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에서 수수료 인하를 통한 고객 확보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수료가 높더라도 수익률이 좋은 증권사에 고객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수수료보다 안정적인 수익률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 확보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원재웅 연구원은 “고객의 수수료 민감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에도 고객의 계좌 이동은 많지 않다”며 “증권사도 고객 밀착형 서비스 등 특화된 서비스를 이용해 고객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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