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5월 투자전략

▲ 5월 코스피지수의 2000포인트 돌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주식시장의 제1 원칙은 저가매수 고가매도다.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예상이익이 하향조정되면서 저평가 종목의 매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한 미래의 이익보다 과거 이익을 근거로 투자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잔인한 4월’이란 표현이 딱 맞는 기간이었다. 1분기 주식시장이 예상밖의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투자환경은 좋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이고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경제에서도 위험징후가 나타났다. 겨울 한파의 영향이 컸지만 환경적인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연말 기대했던 글로벌 경제 환경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1분기 기업실적 부진을 우려하는 시각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지난 4분기 어닝쇼크의 주범인 삼성전자를 향한 경계의 시각은 극에 달했다.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5’를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크게 갈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삼성전자의 실적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만족할 정도의 실적은 아니었지만 기대감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지난해에 이어 상승세를 기록하던 미국 증시에 제동이 걸린 것은 국내 투자자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드는 변화였다. 경기둔화를 의식한 상황에서 단기 실적마저도 추가 상승세를 지지하기 힘들다는 해석은 현재 기술주가 버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 국채 10년물과 주식시장을 비교해보면 여전히 주식시장이 채권시장보다 저평가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와 시장금리 상승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저평가 기조가 유지될 공산이 크다. 미국 증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주가 조정을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선진국 투자자산 가운데 과도한 주식에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일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61조원을 순매수했던 연초 이후 26조원가량을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증시에서 상승 가능성은 찾을 수 있었다.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에 강한 내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신흥국 증시의 변화도 감지됐다. 하락폭은 제한적으로 반영됐고 반등시에는 탄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투자의 중심축이 신흥국 증시로 이동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까지 신흥국 증시를 괴롭혔던 선진국 증시로의 쏠림 현상은 완화 됐다. 5월 국내증시의 관심은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5월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안착 가능성을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스피 2000포인트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115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5% 수준이다. 만만하게 생각할 규모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5월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2000포인트 달성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5월 코스피 2000포인트 돌파할까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이익 증가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그 예상이익을 신뢰하기 힘들어졌다는 데 있다. 주식투자의 핵심은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실적이 증가의 영향으로 상승한 주가를 매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증시는 ‘저평가’라는 해석을 끌어내는 예상이익의 신뢰가 무너져 있다. 수년째 연간 순이익이 목표치의 70%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과 2015년의 예상 순이익은 각각 106조원, 120조원으로 12개월 예상이익은 11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에 대입하면 시장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0.3배로 계산된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80조원 수준에 그쳤다. 올해 20%에 가까운 순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12개월 예상이익을 약 20% 하향 조정한 93조원을 현실적 예상이익이라 가정하면 현재 코스피 2000포인트 수준의 시장 PER은 12.7배로 가파르게 상승한다. 저평가 매력이 높다고 할 수 없다.

투자자는 항상 PER이 낮은 저PER 주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실제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주식은 실제 저평가가 아닌 허구에 그치게 된다. 신뢰도가 낮아진 미래 이익보다 과거 이익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접근한 것이 최근 12개월 주가수익비율(Trailing PER)이다. 국내 증시의 Trailing PER은 4분기 어닝쇼크의 영향으로 약 14.6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 또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주식시장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증시의 Trailing PER은 28배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당시는 최적의 매수 기회였다. 주가 보다 기업이익의 회복속도가 빨라 PER이 13배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Trailing PER이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래이익이 증가한다면 당연히 주가가치(멀티플)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미래 이익에 믿음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근 멀티플 상승을 만든 지난 이익모멘텀 악화가 사라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실적 악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났던 2013년 2분기(18조9000억원)의 반영 비율이 2분기말로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Trailing PER을 기준으로 할 때 수개월 후 멀티플이 낮아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미래 이익이 급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는 필요하지만 2014년 전체 이익전망 하향조정이 상단 수준 진행된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적 ‘턴어라운드’ 종목에 관심 가져야

실제로 이런 변화는 연초 이후 주요 업종과 종목에서 감지되고 있다. 연초 이후 강세를 보였던 항공ㆍ운송ㆍ유틸리티 업종 함께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업 등이 있다. 특히 유틸리티 산업의 저점 인식이 강화되고 올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경기방어주 스타일, 명확한 실적회복 등을 이유로 달고 있지만 가장 정확한 평가는 Trailing 이익 기준 밸류에이션 매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2013년 2분기를 저점으로 순이익 회복이 기대되는 업종으로는 자본재ㆍ소재ㆍ은행ㆍ에너지 등이 있다. 물론 실적회복을 낙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Trailing 기업이익 기준 밸류에이션 매력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상향식(Bottom up) 투자 전략에 익숙해져 왔다. 차화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 전차(전기전자ㆍ자동차) 등의 용어가 생겨난 것은 특정 업종과 종목으로의 쏠림이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저성장 성격이 강해지고 산업별로도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한 상황에서 특정 업종의 기조적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따라 특정업종에 집중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Active) 전략보다는 모든 업종을 살피고 개별업종을 선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패시브(Passive)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 jeff2000@iprov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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