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용 루미티어 대표

▲ 이두용 대표(오른쪽)와 전용일 이사는 “좋은 제품인 만큼 더 많은 국내 기업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형광등이 LED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LED 조명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중요한 게 빠졌다. LED 전등설치 기술이다. 형광등과 다른 구조의 LED 전등을 설치하려면 별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기존 기업들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 문제를 스타트업 기업 ‘루미티어’가 해결했다.

“정부지원금을 받아 LED 설치기술을 개발했고, 창업도 했다. 당연히 국내 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가져다 썼으면 좋겠지만, 외국기업에서 문의가 온다.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마음 한구석은 답답하다.” 이두용 루미티어 대표의 첫마디다.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어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루미티어가 개발한 특허제품은 세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천장에서 떨어지지 않는 조명’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천장에 맞닿는 사각의 조명등 모서리에 걸림쇠를 장치해 천장 철골구조에 걸칠 수 있도록 만든 거다. 걸림쇠가 게의 집게발처럼 생겨 제품 이름도 ‘블루크랩(Blue Crab)’이다. 지금껏 대부분 LED 전등은 나사를 이용해 천장에 고정하는 게 전부였다. 문제는 이렇게 나사로만 고정하면 지진과 같은 진동이 발생했을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거다. 블루크랩은 천장 철골구조에 걸쳐져 있고, 내부엔 스프링까지 장착돼 있어 천장이 무너지지 않는 한 떨어지지 않는다.

또 하나는 ‘어떤 천장에나 설치할 수 있는 조명’이다. 건축기법이 나라마다 다르듯 천장 철골구조는 규격화돼 있지 않다. 때문에 수출을 하려면 LED 전등을 주문생산을 하거나 설치할 때 별도의 구조물을 대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양한 현장조사를 통해 천장 철골구조가 일정하지는 않아도 특정 규격 범위에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래서 걸림쇠에 독특한 모양을 내 다양한 규격에 맞도록 설계했다.

끝으로 ‘빠른 설치가 가능한 조명’이다. 기존엔 LED 전등 설치는 빨라야 10~15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블루크랩은 네 모서리에 부착된 나사를 드라이버로 한바퀴만 돌리면 걸림쇠가 돌아가면서 고정된다. 1분이면 충분하다.

▲ 블루크랩 시범 설치 모습
말하자면 블루크랩은 기존 LED 전등 설치 관련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한 제품이다. 약 4년 간 조명기구 생산업체에서 일했던 이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고, 정부(청년창업사관학교 2기 졸업•2012년 3월~2013년 2월)에서 약 9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해 개발했다. 올해 안에 나라장터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안전 불감증과 일선 담당자들의 외면 때문이다. 이 대표는 “국내기업 상당수는 LED 조명등에까지 내진설계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의문을 단다”며 “대표나 임원의 반응은 좋은데, 일선 담당자가 외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납품 받는 곳들이 있어서 더 나은 제품이 있어도 안 쓴다는 얘기다.

반면 올해 3월 말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조명건축전시회를 통해 블루크랩을 접한 줌토벨(Zumtobel), 크리(cree), 도시바 등 LED 전등 분야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은 루미티어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유럽이나 일본에선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어서다. 현재 파트너십을 협의 중이다. 이두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개발비와 개발인력을 대줬고, 대기업 전등설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구설계를 마쳤다. 특허는 서울대기술지주회사에서 처리했다. 독일 전시회에서 제품을 선보일 땐 유니온전자통신 대표가 부스 한편을 내주는 등 도움을 줬다. 이 제품이 우리 회사만의 것이 아닌 만큼 사회에 보탬을 주고 싶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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