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 태양의 서커스는 고전적 서커스를 재구성해 아트서커스라는 새로운 공연 형태를 창조해냈다.[사진=뉴시스]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최대 공연단이다. 그 성공의 요인은 기존 형식에 변화를 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이 공연은 단순 공연명名을 넘어 하나의 공연 ‘장르’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뮤지컬이 공연계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쉽다. 새로운 공연 장르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캐나다의 거리 공연자 ‘기 랄리베르테’는 1984년 퀘백의 축제에서 잊혀가는 서커스를 되살리기 위해 몇몇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형식의 서커스 공연을 시작했다. 5000여명의 단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시작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블루오션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이후 공연계는 물론 경제계 전반에 걸쳐 많은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퀴담(Quidam)’, 2008년 ‘알레그라(Alegria)’, 2011년 ‘바레카이(Varekai)’, 2013년 ‘임모탈(Immortal)’ 등이 공연되면서 친숙하다.

태양의 서커스 성공의 첫째 요인은 블루오션적 관점이다. 대표적인 사양산업인 서커스를 개혁과 변혁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흔히 블루오션이라 함은 경쟁이 없는 미개척분야를 선정해 그 분야를 주도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말한다. 태양의 서커스는 사양화된 서커스의 재창조라는 모토 아래 가장 혁신적 정신을 바탕으로 고전적 서커스를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아트서커스’라는 새로운 공연 형태를 창조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둘째 성공요인은 공연적 관점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에 드라마를 접목했다. 그리고 드라마에 방해가 되는 것은 과감히 삭제했다. 우선은 동물을 없애 자연스러운 무대전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래 바닥을 드라마에 어울리게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시각적 요소도 덧붙였다. 드라마가 머리와 가슴에 전달하는 것이라면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각적 전달 요소를 강화했다. 무대 디자인, 서커스 기술, 다양한 장비, 화려한 무대 의상 개발을 통해 비주얼적인 요인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연극적 스토리텔링을 삽입해 공연 전체를 하나의 콘셉트로 통일했다. 주제의식을 높이고 이 주제를 통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셋째는 다양한 기술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이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엄청난 기술이 숨어 있다. 흔히 CT(Cultural Technology) 또는 AT(Arts Technology)라고 얘기할 수 있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대거 포진해 있다. 상상력은 표현에 대한 욕구를 만들고 욕구는 기술을 통해 무대에서 구현된다. 무대를 기본으로 배우들의 움직임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멀티미디어 영상기술을 통해 시공간의 한계에서 벗어났다. 첨단 IT기술을 통해 배우와 무대, 소품, 특수효과 등 모든 것을 철저히 통제했다. 흔히 예술가들은 기술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기술이 예술을 표현하는 발전된 수단임을 잘 알고 있다.

넷째는 적극적인 마케팅이다. 태양의 서커스 래퍼토리는 총 20편에 이르고, 현재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 편당 제작비는 1000억원 이상이다. 최고의 완성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공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형 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되거나 전 세계를 돌며 공연된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제 단순 공연명名을 넘어 하나의 공연 ‘장르’가 됐다.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창조적 개인의 열정이다. 창의성을 전제로 그 창의를 완성시킬 수 있는 개인의 힘이다. 그리고 개인의 창의력을 뒷받침해 주는 사회적, 국가적 지원이 가장 큰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공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장르는 뮤지컬이다. 해외 오리지널팀의 내한 공연, 수입 뮤지컬, 창작 뮤지컬 등 뮤지컬 공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뮤지컬을 통해 공연은 대형화되고, 다른 문화콘텐트들과 같이 상업적 성공을 기대하고 투자가 이뤄지는 시장이 됐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 뮤지컬을 최고의 공연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우리만의 새로운 공연 장르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태양의 서커스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류준호 서울과기대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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