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저속전기차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차량은 등장하지 않았다. 저속전기차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년 전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저속전기차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우리 스스로 끝낸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머뭇거렸던 전기차가 지난해부터 성장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제주도를 중심으로 처음으로 민간 차원에서 200여대가 판매됐고, 올해는 1000여대가 판매됐다. MB정부에서 5년간 판매한 전기차보다 올해 판매한 전기차가 많을 정도다. 올해를 진정한 ‘전기차의 원년’이라고 할 만하다.

해외 선진국을 보면 전기차는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판매 초기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던 닛산 ‘리프’는 누적 판매대수 1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테슬라 ‘모델S’는 미국에서만 2만3000여대가 팔렸다. 최근 국내 판매에 들어간 BMW의 양산형 전용 전기차 ‘i3’는 세계적으로 예약대수가 1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 판도가 전기차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저속전기차’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전기차는 기존 차량에 비해 단점이 많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가격이 3배가량 비싸고, 충전시간과 충전거리의 한계, 충전 인프라의 한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국정부는 전기차의 단점을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으로 풀고 있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보조금은 일정 기간 전기차를 활성화하기 전까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책에 불과하다.

특히 친환경 차량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보조금을 줄이고, 저탄소 협력금 제도를 활용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의 한계, 보조금의 한계 등 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모두 ‘고속전기차’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저속전기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 저속전기차 개발, 활성화를 정부 과제로 주도했지만 실패했다.

왜 국내 시장에서 저속전기차는 모두 사라진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게 만든 제도에 있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를 열면서 전기차 활성화를 성장동력 7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저속전기차를 과제로 선정하면서 시속을 80㎞로 정한 것이다. 중국에서 시속 80㎞는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의 기준이다. 저속전기차가 일반 도로 모든 곳에서 운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와는 완연히 다른 부분이다.

저속전기차는 앞서 언급한 고속전기차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저속전기차는 틈새시장이고, 세컨드 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속전기차의 확실한 성장 가능성 몇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저속전기차의 시장은 무한대다. 세계 각국에 큰 틈새시장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 학생이 면허증을 취득하면서 골프 카트로 등ㆍ하교를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마을 중심의 커뮤니티 자체 내에서 운행하는 경우도 많아서 짧은 단거리 운행을 저속전기차로 채울 수 있다. 친환경은 기본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이산화탄소 감소 제도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더욱 큰 시장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저속전기차 활성화를 꾀한 끝에 전기이륜차, 전기삼륜차는 물론이고 일반 승용 전기차 등 다양한 저속전기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전기차는 하나의 흐름이다.

저속전기차는 크기가 작고 큰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아 고속전기차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속도가 빠를 필요도 없다. 굳이 충전소를 만들 필요도 없다. 단거리 업무용으로 운행거리가 짧아 저녁 때 심야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면 된다. 저속전기차가 이런 시장 가능성을 지녔지만 아직 제대로 된 차량이 등장하지 않았다. 아직 블루오션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년 전 우리 정부와 기업이 저속전기차를 밀어붙였지만 우리 스스로 끝낸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저속전기차의 성공을 고속전기차로 이어갈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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