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동의 Inno-Process

A사의 장점은 중소기업으론 드물게 탄탄한 기술력, 자체 브랜드, 소비자와 유기적인 마케팅 등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사양화에 접어든 사무용품업체에서 첨단 디지털 장비업체로 변신한 A사의 성공비결을 살펴봤다.

▲ 기업이 기술력·제품·마케팅을 갖추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사진=뉴시스]
A사는 국내 최초로 자동 광고제작기 커팅플로터와 디지털 잉크젯 프린터를 개발했다. 커팅플로터는 문자ㆍ기획ㆍ디자인ㆍ도안 등을 자동 커팅해 옥외광고물을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기계다.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던 A사는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탁월한 기술력으로 세계 일류상품 인증기업으로 선정됐다. 미국 브로드웨이 대형 간판과 현수막, 버스광고를 A사의 잉크젯 프린터로 제작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양산업 굴레, 혁신으로 벗어나

A사처럼 해외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기 어려운 데다 시장 지배력을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중소기업이었던 A사에 시장이 찬사를 보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양산업이라는 조롱을 받던 사무용품업체가 첨단 디지털 장비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A사의 성공비결은 탄탄한 기술력, 자체 브랜드(제품), 독특한 마케팅이다. 이를 통해 A사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하는 캐드캠이 일반화되자 수작업으로 하던 제도판은 업계에서 사장되기 시작했다. 이는 출력기기 역시 캐드에 맞는 장비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했다. 이를 주목한 A사는 옥외광고용 디지털 프린팅 기계인 잉크젯 프린터 개발에 착수했고, 세계 최초로 1.6m급 중소형 프린터를 출시했다. 커팅플로터는 국내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일본ㆍ미국 등에서 수입하던 것을 국산화하면서 대체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대형 잉크젯 플로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A사는 일본이 주도하는 옥내 광고시장을 피해 중형 잉크젯 플로터 시장을 겨냥했다. 중형 잉크젯 플로터 시장은 버스ㆍ지하철ㆍ빌딩ㆍ윈도우ㆍ비행기 등에 달린 광고판을 커버할 수 있다.

 
A사의 성공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고객 지향적 제품개발, 품질관리, 아웃소싱 네트워크, 가격경쟁력 확보, 글로벌 마케팅 등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했다. A사가 노동집약적인 기업에서 출발해 기술집약적인 IT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CEO의 역량 덕분이다. A사의 CEO는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서 한시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국제 세미나에 연구원을 파견해 관련 기술과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고, 신기술을 파악했을 정도다.

이 회사 CEO의 혁신 마인드는 ‘시장에 패자부활전은 없다’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열기구’ 이론인데, 내용은 이렇다. “열심히 불을 지펴 하늘로 띄운 열기구에 올라타 자연경관에 심취해 불을 지피는 것을 잊으면 열기구는 서서히 내려앉게 된다. 지면에 가까워서야 위험을 감지하고 불을 붙여도 이미 때는 늦어 추락하고 만다.”

기술력제품마케팅 삼박자 갖춰

이런 CEO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A사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공급자관리ㆍ재고관리ㆍ생산관리ㆍ재무관리ㆍ매출관리ㆍ고객관리는 물론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일정관리, 연구성과 등록ㆍ관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A사는 기술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식경영의 틀을 마련했다. 평범한 국내 사무용품업체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다.
최명동 메인비즈협회 원장 mdchoi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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