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 신흥국 경기 전망

▲ 신흥시장의 둔화세가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면 신흥시장에 활력이 감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진했던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반면 신흥국의 경기는 둔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경제를 이끌었던 신흥시장이 선진국 경기회복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 경기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신흥시장의 하반기 경기 방향성을 살펴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금융위기 전만 해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선진국에 비해 경기후퇴가 느리게 진행됐다. 그러나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신흥국 경제는 뒷걸음 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의 산업생산량은 2012년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늘고 있지만 신흥국은 2010년 이후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격차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폭으로 줄어들었다. 신흥국이 갖고 있던 상대적 고성장이라는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생긴 변화로 새로운 ‘정상상태’가 만들어진다는 ‘뉴 노멀(New Normal)’개념을 차용하지 않더라도 이전의 환경과는 달라진 게 분명하다. 사실 과거에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수입이 늘어나 신흥시장의 수출이 활력을 찾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내수는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수입 탄력도는 약화됐다. 이는 선진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원인은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과 ‘셰일혁명’ 등 자국 제조업의 회복을 유도하는 정책에 있다.

 
이런 환경을 감안하면 신흥시장이 2000년대 중반과 같은 고성장세를 잇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구축한 과잉생산능력의 후유증을 해결하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공산품 가격은 되레 하락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직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은 과잉 고정투자의 후유증을 구고조정을 통해 먼저 해결해야 한다. 원자재 시장의 부진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 제조업 육성정책도 부담이다. 그러나 하반기 신흥국의 성장 둔화세는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선진국-신흥국 ‘디커플링’ 현상

 
첫째, 중국의 성장둔화가 신흥국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은 수출을 증가시키는 원동력이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수입 탄력도가 떨어지고 있지만 내수 회복의 영향으로 수입 자체는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특히 신흥국 수출의 17%를 차지하는 유로존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시그널이다. 

둘째, 신흥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인도ㆍ인도네시아ㆍ브라질ㆍ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의 선거가 올해 예정돼 있다. 이는 신흥시장이 선거와 관련된 변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올 2분기를 고비로 하반기에는 신흥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인도나 터키 등 주요 국가들은 금리인상 등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가스시장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물리적 충돌로 확산될 가능성도 매우 적다.
 
셋째,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는 줄어들 전망이다. 신탁상품 만기와 맞물리면서 그림자 금융의 변동성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은 물론 있다. 하지만 정부은행의 통제력,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가능성을 감안할 때 시스템 위기로 확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정부가 은행대출의 60~70%가량을 직ㆍ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용불안이 높아졌을 때 인민은행이 대형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 위험 확산을 차단한 경험이 있다. 또한 도시화 정책을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연결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최대한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중국이 안정을 되찾는 것만으로도 신흥시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흥국 부활 여부 ‘갑론을박’ 중

종합하면 하반기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 경기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국의 성장둔화세는 점차 진정될 것이다. 상반기보다는 안정된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물론 터키와 브라질 등의 선거 이벤트의 영향으로 신흥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 위험은 남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연착륙을 유도하는 가운데 유로존이 선진국 경기회복에 가세하면 신흥시장의 수출은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점도 호재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물가수준 등을 이유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 자산 매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jyso30@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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