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고가 철거 후 ‘위험한 도로’

CBSi-더스쿠프는 5월 15일 목요일 아현고가도로 철거 후 위험천만한 주변 도로의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더스쿠프가 취재과정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제기하자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해당 도로가 위험하지 않다”고 항변했습니다. 행인은 1시간에 10명 안팎으로 많이 다니지 않는 데다 차량은 신호를 대기하는 지점이라서 위험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항변하던 서울시는 취재 후 단 이틀만인 5월 17일 토요일 오전 해당 인도에 임시안전펜스를 설치했습니다. 서울시의 발빠른 대응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가 빠른 조치를 끌어낸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아래 기사는 안전펜스가 설치되기 전인 5월 16일 금요일에 작성한 겁니다.

도로를 늘리기 위해 인도를 절반을 줄였다. 인도는 울퉁불퉁하고, 옆에선 버스가 속도를 낸다. 안전펜스는커녕 안전표지판도 없다. 운전자가 조금만 실수해도 인도를 덮칠 가능성이 크다. 아현고가 철거 후 생긴 ‘116m 섬뜩한 길’의 모습이다.

▲ 도로를 늘리기 위해 인도를 절반으로 줄인 길엔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왼쪽은 안전펜스를 설치하기 전, 오른쪽은 안전펜스를 설치한 후의 모습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5월 14일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아현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서대문 방향으로 이동했다.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됐기 때문인지 주변이 확 트여 있다.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초록색 길’이 나온다. 길이 116m, 폭이 1.8~2m에 불과한 길이다. 길은 울퉁불퉁하고, 군데군데 경사가 져 있다. 아침이면 지하철을 오고가는 직장인과 주민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뗀다.

아현고가도로가 있을 때만 해도 이런 길이 아니었다. 도보 길이는 116m, 폭 4~5m, 도로경계석 25㎝이었다.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공사 후 도보 폭은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버렸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고자 도로를 넓힌 서울시의 고육지책이었다. 실제로 아현고가도로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편도 3차선이었던 이 부분의 도로는 4차선으로 넓어졌다. 마포 방향으로 빠지는 병목지점이었기 때문에 인도폭을 줄이고 도로폭을 늘린 것이다.

서울시는 인도의 폭이 줄긴 했지만 사고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인도가 좁고 차선이 붙어있지만, 해당 도로는 버스가 과속하는 곳이 아니라 신호를 대기하는 곳이다. 더욱이 차선 확보를 위해 서울경찰청의 심의를 받았고, 승인 받은 대로 도로와 길을 공사했다.”

이 말은 사실과 180도 다르다. 무엇보다 해당 도로는 신호를 대기하는 장소가 아니다. 일부 차량은 마포 쪽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고, 신호대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고속주행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더구나 인도뿐만 아니라 도로 역시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인도 쪽으로 차량 바퀴가 쏠릴 정도로 경사가 져 있음에도 차량은 질주를 한다. 차량이 미끄러지거나 차선변경하다가 실수를 하면 인도 쪽을 덮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주민들은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아현동에 사는 주민 A씨는 “도로와 길 모두 울퉁불퉁한 것 뿐만 아니라 도로와 길 사이에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다”며 “자칫 차량이 미끄러워 길로 돌진한다면 참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유모차는 아예 다니지 못한다. 어르신 역시 마찬가지다. 위험해서 길을 건너서 가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어떤 아줌마가 앞에서 뛰어오던 아이와 부닥쳐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소한 안전표지판쯤은 설치해 놔야 하는 것 아닌가.”

국토교통부의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도보 포장은 내구성, 미끄럼 저항성, 평탄성, 투배수성 등 기본적인 기능을 갖춰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보는 보행자의 통행 안전성과 쾌적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적인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보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하려면 방호울타리와 조명시설 등 도로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도보엔 울타리도, 조명도 설치되지 않았다. 정작 서울시가 ‘안전제일’이라는 노란 표지판이 달린 울타리를 쳐놓은 곳에는 공사자재가 쌓여 있었다. 안전제일 표지판은 사람이 아니라 공사자재를 보호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사자재를 불가피하게 둔 것이고,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안전제일 표지판으로 보호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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