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치졸한 구조조정

▲ 삼성생명이 IMF 경제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1000여명의 인력개편을 단행했다.[사진=뉴시스]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섰다. 가장 큰 규모의 인력개편이 이뤄진 곳은 삼성생명으로 1000여명 규모의 인력개편을 완료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인력개편에 적지 않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말이 인력개편이지 실은 ‘구조조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인력개편을 단행했다. 3월 31일 기준 계약직을 포함한 전체 임ㆍ직원수 6674명 가운데 15%에 달하는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삼성생명 직원을 대상으로는 자회사와 계열사 이동과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개편이 시행됐다. 직원의 500〜600명은 본인 동의 하에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로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계열사로 이동할 지원자와 전직 지원 희망퇴직자도 모집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저금리ㆍ저성장 기조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방법으로 인력재편이 이뤄졌다”며 “정확한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추가적인 인력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인력개편 작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회사로 전환배치될 경우, 급여수준과 복리후생이 삼성생명보다 좋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삼성생명 측은 ‘비슷한 급여수준’을 자회사 이동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결과적으로 윗돌(본사 인력)을 빼서 아랫돌(자회사)에 배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무슨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주면서 자회사로 왜 이동시키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말이 인력개편이지 실제론 ‘날선 구조조정’이라는 불만도 쏟아진다. 삼성일반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삼성생명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원거리 발령과 대기발령으로 퇴사를 종용한다.” “지점장과 여사원에게 퇴사권고가 집중되고 있다.” 알아서 사표를 내도록 만들기 위해 ‘치졸한 전략’을 사용한다는 비판 또한 많다. 퇴사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삼성생명의 전 직원은 회사의 퇴사압박을 설명했고 복수의 삼성생명 직원들은 이 말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퇴사를 강요하면서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부여해 연봉을 계속 삭감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이번에 사표를 내지 않으면 명예퇴직금은 한푼도 받지 못할 거라며 겁도 준다. 업무와 전혀 다른 사업부로 발령을 낼 뿐만 아니라 업무를 아예 주지도 않는다. 현재 근무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을 낼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치졸한 전략까지 쓴다. 때론 부하직원의 지시를 받게 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20년 이상 근무자, 승진 누락자, 자녀교육비 대상자는 퇴사면담을 핑계로 하루에도 몇번씩 불러 퇴사 압력을 준다.”

대기발령 상태에서 계속 회사를 다니다 퇴사한 전 직원은 “이런 형태의 구조조정은 특별한 일이 아닌 매년 있는 일”이라며 “삼성생명은 사람을 줄이겠다고 결심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쏴붙였다. 또 다른 보험업계 종사자는 “구조조정의 경우 지점장과 기혼 여성 근무자가 1순위다”며 “지점장을 정리하면 지점을 재조정하기 쉽고, 여성 경우 가정문제로 퇴사를 종용하기 쉬워 첫 번째 타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인사발령의 경우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발령자와 충분한 협의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거리 발령은 업무공백을 메우고 인력순환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며 “원거리 발령이 날 경우 거주지 등의 지원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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