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띠 풀린 심야전용버스

저렴한 요금으로 먼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심야전용버스가 인기다. 그런데 막상 버스를 타면 위험해 보인다. 온갖 위험요소에 노출돼 있는데도 승객을 꾸역꾸역 태우고 도로를 질주해서다.

▲ 인기 노선을 다니는 심야 전용버스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사진=뉴시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양천구 신월동을 거쳐가는 N62번 버스. 종로·홍대·합정 등 주요 번화가를 거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3시 사이, 이 버스는 숨쉴 공간마저 사라질 때가 있다. 버스를 타려는 사람은 많은데 배차 간격이 40~50분으로 길어 승객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앞문과 연결되는 계단에 까치발을 하고 몸을 간신히 유지하는가 하면 뒷문 계단에 불안하게 서 있는 이들도 있다.

정류장에서 버스 뒷문이 열리고 닫힐 때면 “몸이 끼었다” “문을 닫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고성도 터져 나온다. 앞쪽 계단의 승객들이 룸미러를 가린 탓에 운전기사가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서울시 정책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되는 심야 전용 N62번 버스의 얘기다. 심야 전용버스(일명 올빼미 버스)는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185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으로 서울 전역 9개 노선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하지만 승객에 비해 운행버스가 많지 않다. 배차시간이 워낙 길어서다.

 
심야 전용버스가 승객을 꾸역꾸역 태우고 늦은 시간 도로를 질주하는 이유다. 문제는 승객안전이다. 새벽에 다니는 심야버스는 교통사고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속운전과 끼어들기가 수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차량에 취객까지 심야버스를 괴롭히기도 한다. 승객으로 꽉 찬 심야버스가 사고라도 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문제는 이런 심야버스의 안전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39조 및 시행령 22조에 따르면 고속버스 운송사업용 자동차와 화물자동차를 제외한 자동차의 승차 인원은 승차정원의 110% 이내로 제한된다. 승차정원이 11인승인 자동차의 경우 12명까지 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심야버스(시내버스)에는 승차정원이라는 개념조차 없다는 점이다. 좌석버스는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좌석버스의 경우 입석이 불법이고 여객법에 따라 모든 승객이 안전띠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운전기사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에는 시내버스의 승차정원에 대한 조항이 아예 없다”며 “대신 좌석버스의 경우 여객법에 따라 좌석수가 곧 승차정원”이라고 말했다. 심야버스의 안전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증차밖에 답이 없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서울시가 버스준공영제에 따라 버스운송업체에 운행횟수·거리에 따라 손실분을 보전해줘야 한다”며 “여기에 투입되는 세금만 한해 3000억원으로 증차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 수준(20~30%) 버스요금을 인상해 업체 측에서 자연스럽게 증차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대안”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역시 물가인상 이슈와 맞물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피해를 보는 건 승객들뿐이다. 심야버스, 안전띠가 풀렸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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