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바뀐 홈쇼핑 업계

 올 1분기 홈쇼핑 시장의 판도가 살짝 변했다. 매출, 영업이익, 취급고 부문에서 CJ오쇼핑이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CJ오쇼핑으로선 1분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셈이다. CJ오쇼핑은 그동안 ‘취급고’ 부문에서는 GS샵을 앞지르지 못했다. CJ오쇼핑은 이 여세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 CJ오쇼핑이 가파른 성장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CJ오쇼핑 PB브랜드 상품과 CB브랜드 디자이너.[사진=더스쿠프 포토]
유통채널 중에서 홈쇼핑만큼 가파르게 성장한 곳은 드물다. CJ오쇼핑, GS샵, 현대홈쇼핑 빅3 업체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빅3 업체의 올 1분기 성적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최근 4년 동안 226% 성장한 CJ오쇼핑의 올 1분기 매출증가율은 17.9%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1% 증가에 머물렀다.

GS샵의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영업이익 증가율도 각각 0.7%, 0.8%에 그쳤다.  1분기 성적이 부진했던 건 날씨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더워지면서 패션상품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홈쇼핑의 전망은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밝다.  올 1분기 롯데백화점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5, 0.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신세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8%, 6.9% 줄어들었다. 대형마트는 더 심각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2012년 2분기 5.1% 감소를 시작으로 8분기 연속 감소세다. 경기침체에 정부규제까지 겹쳐서다. 홈쇼핑 업계가 가파르게 성장한 이유는 경기침체와 함께 합리적인 소비가 뜨고 있어서다. 홈쇼핑의 주력제품은 중소기업의 중저가 제품이다. 패션상품을 예로 들면 고가 여성브랜드를 중저가 라인으로 선보이고, 자체 PB브랜드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론칭한다. 

홈쇼핑 업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은 CJ오쇼핑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CJ오쇼핑을 두고 ‘소비위축에도 이익 창출력이 높게 평가된다’는 장밋빛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이유는 CJ오쇼핑이 취급고에서 GS샵을 앞질러서다. CJ오쇼핑은 매출에선 GS샵을 앞섰지만 취급고(판매총액)에선 뒤처져 있었다. 지난해 GS샵의 취급고는 3조2359억원, CJ오쇼핑은 3조715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 CJ오쇼핑은 취급고 7827억원을 기록해 7816억원에 그친 GS샵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CJ오쇼핑이 명실상부한 홈쇼핑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셈이다.  성공 비결은 ‘온리원(Only One) 전략’이다. CJ오쇼핑은 PB상품, LB(License Brand), CB(Collaboration Brand)를 한데 묶어 온리원 브랜드로 통칭하고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단독상품(온리원) 비중을 지난해 말 26%에서 올 1분기 30%로 늘렸을 정도다. 온리원 전략의 장점은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온리원 상품은 가격이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CJ오쇼핑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소비자는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발품을 팔 필요가 전혀 없다.

CJ오쇼핑에도 이득이다. 제조·생산·유통이 CJ오쇼핑에서 이뤄져 추가 유통비용이 들지 않는다. 당연히 마진률이 높고, 브랜드 소유권도 보유할 수 있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CJ오쇼핑은 CJ그룹 차원의 미디어와 유통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발판으로 온리원 브랜드 인지도를 대중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구체화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홈쇼핑 업계 전망 ‘맑음’

둘째 성장 비결은 ‘모바일’이다. 지난해 CJ오쇼핑의 모바일 취급고 비중은 전체의 9.9%였다. GS샵 8.6%, 현대홈쇼핑 3.8%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 모바일 취급고 매출 역시 올 1분기 1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어났다. GS샵의 매출은 1249억원, 현대홈쇼핑은 447억원에 그쳤다. CJ오쇼핑의 모바일 취급고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건 또 다른 성장가능성을 예고한다. 국내 모바일 쇼핑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시장은 2012년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7500억원로 64% 커졌다. 2010년 시장규모가 3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새 16배 성장한 셈이다. CJ오쇼핑으로선 경쟁업체보다 빨리 ‘모바일 성장열차’에 올라탄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케이블방송(SO)을 운영하는 CJ헬로비전이 자회사인 것도 긍정적이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오쇼핑의 신임 공동대표로 선임된 변동식 CEO가 CJ헬로비전 대표 출신으로 IT와 방송산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며 “이런 점에서 올해 CJ오쇼핑의 모바일 채널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CJ오쇼핑의 온리원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재고 측면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온리원 전략을 빼고 차별화 전략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 1분기 취급고에서 GS샵을 따돌렸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진군하는 다크호스 ‘현대홈쇼핑’

▲ 올 1분기 2등으로 밀린 GS샵이 CJ오쇼핑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사진=뉴시스]
CJ오쇼핑과 GS샵의 취급고 차이도 크지 않다. 또 다른 경쟁자 현대홈쇼핑의 발걸음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조직을 새롭게 개편한 현대홈쇼핑이 세불리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의류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의류제품의 방송편성 비중을 높이고, 디자이너 브랜드를 확대해 패션부문에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이 2012년 패션업체 ‘한섬’을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지연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률이 경쟁업체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거와 비교해 적극적인 상품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점진적으로 이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보면 한섬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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