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전점검 믿을 만한가

▲ 승강기는 매년 2만대씩 늘고 있지만 승강기 안전점검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승강기 관련 사고는 매년 1만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 그중 인명피해 사고는 연평균 90건가량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해 무심코 타는 승강기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올 2월 28일 지하철 종로3가역 5호선 방면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끌어올려 주는 장치가 파손되면서 계단이 하중을 받아 뒤로 밀려난 것이다. 시민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이 에스컬레이터가 2013년 10월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 실시한 법정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는 거다. 비슷한 사고는 2013년 7월에도 있었다. 분당선 야탑역 4번 출구 방면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곳 역시 그해 1월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으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다.

승강기(엘리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는 사고 발생률이 매우 높은 이동수단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승강기 보급대수는 총 49만6000여대다. 최근엔 50만대를 넘었다. 2003년 22만2000여대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덩달아 승강기 관련 사고도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었다. 소방방재청 집계에 따르면 승강기 사고로 119구조대가 출동해 구조를 벌인 건수는 2003년 5200여건에서 2012년 1만2500여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기준이면 승강기 대수 대비 사고발생률은 2.52%다. 승강기 100대 중 2건의 사고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승강기 안전점검에서 합격판정을 받은 후 사고가 터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안전점검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점검항목에 있는 사항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규명돼야 안전점검이 부실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점검항목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안전점검 부실로 치부할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안전점검의 질’은 의문스럽다. 현재 승강기는 2002년 이후 연평균 약 2만대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유럽안전기준(EN)이 적용돼 승강기별로 검사항목이 기존의 2~10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정원은 2008년 471명에서 2013년 461명으로 되레 줄었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직원 1인당 검사대수가 2008년 597.5대에서 2012년 741.3대로 늘어난 거다. 그럼에도 안전점검 이행실적은 98.6%에 이른다. 정상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현재 승강기 안전점검시스템이 한국승강기안전기관리원과 한국승강기안전기기술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공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승강기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853개 업체들 중 3개 대형사(오티스ㆍ현대ㆍ티센크루프)를 제외하면 중소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이들 업체들이 실시하는 정기검사 불합격률은 1%가 채 안 된다.

구준모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안전보다는 시장주의식 경영을 위해 검사원의 노동 강도를 높였다”며 “승강기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검사원 인력을 늘리고,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을 하나로 통합ㆍ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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