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뺌하던 권오현의 급작스런 사과
발뺌하던 권오현의 급작스런 사과
  • 김은경 객원기자
  • 호수 93
  • 승인 2014.05.2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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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efore & After

삼성전자가 백혈병 논란에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백혈병을 얻은 피해자와 가족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삼성전자가 피해자 측의 대책 요구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7년 만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과 백혈병은 무관하다’고 빡빡 우기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백혈병의 무관함을 강조했던 권오현 대표의 말을 통해 삼성의 입장변화를 살펴봤다.

Before | 2011년
“삼성전자와 백혈병 무관”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근무자의 발암물질 노출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미국 산업안전컨설팅업체 ‘인바이런’의 폴 하퍼 박사는 2011년 7월 14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의 백혈병 발병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인 논란이 일자, 삼성전자가 인바이런에 의뢰한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해외 연구조사를 총괄한 인바이론의 폴 하퍼 소장은 “조사대상 라인인 기흥 5라인을 비롯해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의 경우 정밀조사 결과, 측정된 모든 항목에서 노출 수준이 매우 낮게 나왔다”며 “이는 근로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3라인에 대한 노출재구성 연구 결과에서도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과학적 인과관계도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품(DS)사업총괄 사장은 이날 발표된 결과자료를 토대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백혈병이 무관함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객관성과 투명성을 가진 제3의 연구기관들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며 “안전을 희생하는 이익은 필요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며,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재조사 결과를 통해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성이 입증됐더라도 건강 인프라 구축과 퇴직 후 암발병자 지원하는 방안등을 제시해 일정 부분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사과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권 사장은 “임직원의 안전과 건강은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이라며 “임직원의 건강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퇴직 후 암으로 투병하는 임직원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권 사장은 기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 백혈병과 삼성전자 근무환경은 전혀 무관하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고, 관련 소송 모두 철회하겠다”고 밝힌 속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After | 2014년
“삼성이 소홀… 진심으로 사과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있었다. 이분들과 가족의 아픔•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함이 있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5월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가족들에게 공식사과함과 동시에 그들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피해자 가족 및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등은 지난 4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공식사과와 보상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권 부회장은 이들의 제안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 황유미씨(당시 23세)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7년 동안 삼성전자가 피해자 측의 대책 요구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과에 누리꾼들은 "백혈병 사과, 좋은 생각이다" "산업재해는 당연히 보상 받아야 한다" “7년 만에 생각이 바뀐 이유가 뭐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삼성의 사과와 해결을 촉구해왔던 심상정 의원과 피해자, 그리고 가족들은 일단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논의 절차 부분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삼성의 입장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반감 해소와 함께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과와 보상안 발표라는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백혈병 문제는 장기화될 경우 초일류 글로벌 전자기업을 꿈꾸는 삼성전자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태도 변화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사과와 원칙의 진정성을 지켜 글로벌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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