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IPO 엇갈린 명암

중국 최고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IPO가 임박했다. 알리바바가 상장에 흥행하면 주주들은 당연히 돈방석에 오른다. 하지만 모두가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알리바바 1대 주주(손정의)와 2대 주주(마리사 메이어)의 운명이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다.

▲ 알리바바의 IPO를 앞두고 두 글로벌 리더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5월 7일.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공룡 알리바바가 마침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국 증시 시장에 상륙한 거다. 알리바바의 IPO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기업공개 규모는 15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2012년 페이스북 IPO 규모(160억 달러)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약 1680억 달러(약 171조8000억원)다. 알리바바의 IPO 신청서에 근거한 수치다. 지난해 알리바바 매출(거래액)은 총 2480억 달러였는데 이는 아마존닷컴과 이베이 거래액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전체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중국 거대상거래 공룡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입성 소식과 함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들이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다. 이들은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은 34.4%(7억9770만주), 야후는 22.6%(5억2360만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잭 마 알리바바 CEO의 지분은 8.9%(2억610만주)다.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의 IPO의 최대 수혜자다. 일단 이번 IPO 소식만으로 그에게는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블룸버그통신은 5월 7일 이렇게 보도했다. “알리바바 IPO의 최고 승리자는 창업자 마윈이 아닌 손정의 회장이다. 손 회장은 이번 IPO로 세계에서 가장 영리한 투자자 중 하나가 됐다” 알리바바가 IPO에 성공했을 때 손 회장은 약 580억 달러(약 59조원)의 현금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투자를 결정한 건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0년이다. 무명의 포털 사이트에 불과했던 알리바바닷컴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손 회장 공이 크다.

 
당시 잭마(Jack Ma)는 손 회장에게 알리바바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설명했는 데 손 회장은 단 6분 만에 200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했다. 그는 이제 6분 만의 결단으로 3000배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손 회장은 예전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은 IT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 커뮤니티 뉴스 서비스 버즈피드, 인터넷게임 제작사 징가와 겅호엔터테인먼트 등 무려 1300여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를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그다. 손 회장에 투자귀재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동안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침묵했다. 승리의 나팔은커녕 이번 IPO는 그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IPO 이후 야후는 보유 지분 40%를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을 팔면 한꺼번에 큰돈을 쥘 수 있지만 메이어에게 있어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한 언론은 “알리바바의 IPO는 메이어의 허니문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유가 뭘까. 2011년 5월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시 야후는 구글에게 포털 1위를 내준 이후 하락세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야후를 수면으로 끌어올린 게 바로 메이어였다. 주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야후의 CEO로 취임한 2012년 7월, 15달러대였던 야후 주가는 5월 15일(현지 시간) 33.80달러로 두배 이상 올랐다. 문제는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메이어의 리더십때문이 아니라는 거다.

투자자들은 야후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을 보고 야후에 베팅했다. ‘야후 주식이 알리바바의 트래킹 주식(Tracking Stock)’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래킹 주식은 특정사업부문의 가치와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주식을 말한다. 알리바바의 IPO가 임박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알리바바 주식을 일부라도 보유하기 위해 야후 주식을 샀다면 이제는 팔아야 할 때”라며 “직접 알리바바 주식을 사라”는 말이 나온다.

이같은 이유로 메이어는 시험대에 올라설 수밖에 없다. 현지 언론과 투자자들은 메이어에 이런 주문을 한다. ‘알리바바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립해라. 승부수를 띄울 때다.’ 알리바바가 야후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알리바바의 기업가치가 1950억 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야후의 알리바바 지분 평가액은 약 440억 달러다. 이는 야후의 현재 기업가치 330억 달러를 넘어선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야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신호를 보낼 때가 됐다”고 보도했고 메이어는 최근 한 행사에 참여했다가 “야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영향력이 야후의 존재가치까지 뒤흔들 정도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메이어에게 ‘승부수’는 없을까. 이제까지 메이어는 M&A 카드를 내세웠다. 메이어가 야후의 CEO로 부임한 후 인수한 스타트업은 40개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에는 11억 달러에 블로깅 사이트 ‘텀블러’를 인수했고 뉴스 요약 서비스 ‘섬리’도 3000만 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최근에는 모바일 메신저 스타트업 블링크를 인수했다. 이같은 M&A 전략이 힘을 발휘하면 좋은데 문제는 확실치 않다는 거다. 야후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게다가 메이어가 알리바바 지분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마구잡이로 기업인수에 나서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의 전략 승패를 떠나 앞으로도 알리바바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여전히 14%의 지분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알리바바의 성과 지표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야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 스스로 설 수 없다면 미래도 없다. 스스로 서는 것이 메이어에게 남은 숙제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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