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 남성에게서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성욕이 떨어지고,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유난히 5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날이 많다. 남자 입장에서 한가지 섭섭한 점은 가뜩이나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이 줄고 있는데, 아버지의 날은 따로 없이 어머니의 날에 업혀간다는 거다.

세계적으로 보면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는 나라가 많다. 미국은 매년 6월의 셋째주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이다. 일본도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는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가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바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기리도록 했다. 하지만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요즘 아빠는 많이 힘들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노랫말에 용기를 얻는다는 분도 있지만 고용불안의 시대에 아버지로 살아가는 건 가족의 응원이 없이는 힘들다. 개중엔 각종 스트레스로 ‘고개 숙인 남자가 되는 건 못 참겠다’며 병원에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벅찬데 이부자리에서까지 조롱을 받기는 싫다는 거다.

회사에서 중책을 맡은 K씨는 최근 도통 성관계를 맺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경영진이 닦달하며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으라고 성화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집사람하고 관계를 갖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침에는 발기가 되는 것 같은데 막상 하려고 하면 죽는다. 발기를 하더라도 전과 같은 강직도가 나오지도 않는다.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전처럼 간절하지 않다. 매사에 의욕도 없고 일에 집중력도 전과 같지 않다.

이런 문제로 병원에 오는 걸 한참동안 망설였다는 K씨.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남성갱년기가 의심돼 혈액 호르몬검사를 했다. 검사결과 남성호르몬과 더불어 프로락틴이라고 하는 유즙분비호르몬의 이상을 발견했다. 유즙분비호르몬은 젖을 만든다. 출산 이후 ‘젖을 말린다’며 젖이 나오지 않는 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있는데, 이때 젖과 관련된 호르몬이 유즙분비호르몬이다. 출산 후 이 호르몬이 증가하면 젖이 나오고 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면 젖이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남성에겐 많아지면 안 되는 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유즙분비호르몬은 이곳에 종양 등 이상이 있을 때 증가할 수 있다. 유즙분비를 줄여주는 약물을 처방하자 부작용이 없이 증세가 나아졌다. 사실 유즙분비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발기부전은 드물지만 간혹 발견된다. 수치가 높을 경우에는 뇌하수체종양을 의심해 뇌 CT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여성에게만 나오는 호르몬이 남성의 성기능을 떨어뜨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심할 경우 우울증상까지 나타날 수도 있어서다. 가정의 달에는 이런 스트레스 받는 아버지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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