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배의 音樂別曲

▲ 3040세대가 음악시장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걱정거리도 있다.[사진=뉴시스]

가요계의 전설이 대중의 관심을 받은 것은 3040세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가요계로 돌아온 가수들의 팬 연령층은 30~40대다. 음악시장이 가장 경제력이 있는 연령대를 타깃으로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응답하라 1994’‘건축학 개론’이 히트를 친 것과 궤를 함께 한다.

최근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이 줄줄이 가요계로 돌아오고 있다. 이선희, 이은미, 이승환, 이소라 등 일명 가요계의 전설이라 불렸던 노래의 신神이 그들이다. 대중음악을 즐겨듣는 팬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들이 전설이라 불리는 건 한국 가요계의 정상에서 공연문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가요계에 10대 위주의 댄스음악이나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서 대중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가요계의 전설들이 정말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을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세상과 벽을 쌓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전설이 콘서트와 같은 공연을 통해 팬과의 만남을 갖으며 음악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름 소통창구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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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매체를 통해 만날 기회만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가요계로 돌아왔다는 표현보다는 언론과 방송매체에서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가요계의 전설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음악시장에서 3040세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가요계로 돌아온 가수들의 팬 연령층은 30~40대다. 가장 경제력이 있는 연령대를 타깃으로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응답하라 1994’‘건축학 개론’이 히트를 친 것과 궤를 함께한다.

이 드라마와 영화는 3040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과 콘셉트로 가득 차 있었다. 3040세대는 그 시절의 음악을 다시 구입해 듣기 시작했다. 10대 위주의 음악과 자극적인 음악에 지쳐 있던 3040세대가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런 관심이 소비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둘째 이유는 음악시장의 주류인 10대의 소비 행태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기성세대가 된 지금의 3040세대는 음악을 돈을 주고 산다는 관념이 남아 있는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요즘의 10대와 20대에게 음악은 포털사이트나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듣는 것이다.

사실 돈을 쓸 곳이 정말 많은 1020세대는 음악에 돈을 쓴다는 걸 사치로 치부할지 모른다. 음악에 돈을 쓰는 경우도 이동통신사나 정액제로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고작이다. 이렇게 돈을 내고 듣는 것도 감지덕지다. 불법 다운로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공짜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부지기수라서다. 결국 대중가요의 주류인 젊은 세대는 돈을 쓰는 소비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자연스럽게 경제력이 있는 3040세대에 관심을 갖은 셈이다. 이런 관심은 음악순위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1위 후보곡에 아이돌의 곡이 아닌 가수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수 박효신은 방송 출연 한번 없이 음악만으로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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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상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1020세대이 관심이 음악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또한 3040세대들이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그 관심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시절의 음악에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음악에서 멀어지는 1020세대를 잡기 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돌 위주의 음악에서 다른 음악으로 바꿔야 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 지금이야 3040세대의 향수로 유지되겠지만 1020세대들이 나중에 경제적 주체가 됐을 때 이들을 사로잡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1020세대가 음악시장의 능동적이고 올바른 소비자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진배 국제예술대학교 전임교수 jazzinb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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