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 살인예비음모사건 진실은…

▲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을 둘러싼 ‘살인예비음모’ 의혹이 경찰의 ‘무혐의 의견’ 송치로 마무리됐다.[사진=뉴시스]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의 ‘살인예비음모’ 의혹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음모의혹이 해프닝으로 끝난 거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애초부터 꼬여 있었다. 박경실 회장의 남편과 6촌 관계라는 국정원 전 직원을 둘러싼 뒷말은 많았지만 의혹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 경찰의 의견이다. 더스쿠프가 파고다 살인예비음모 의혹을 다시 해부했다.

박경실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의 ‘살인예비음모’ 혐의가 2개월여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사건을 담당했던 서초경찰서가 5월 22일 이 사건을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다. 그럼 끝난 걸까. 아니다. 지난해 10월 경찰에 “(박 회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신고를 했던 윤모씨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남아 있어서다. 박 회장의 살인예비음모 사건이 무혐의 처리됐다면 당연한 수순이다.  박경실 회장 측 변호사는 “사건이 마무리되면 명예훼손 소송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물증이 없을 뿐이지 실제로 살해 위협을 느껴 신고했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며 대응할 뜻을 내비쳤다.

박 회장이 ‘살인예비음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올 2월 18일 서초경찰서가 파고다어학원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박 회장을 소환조사하면서다. 박 회장과 남편인 고인경 전 회장이 이혼ㆍ재산분할에 관한 민ㆍ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인 박모씨에게 ‘고 전 회장의 측근 윤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혐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자 수많은 언론이 ‘박경실 파고다 회장 살인예비음모 의혹’이라는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유명 어학원 여회장의 ‘살해교사 혐의’ 기사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박 회장으로부터 살해 관련 사주를 받았다는 운전기사 박씨의 진술까지 기사화됐다. 문제는 기사에서 언급된 의혹들이 “박경실 회장 측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는 누군가의 신고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신고를 했던 이는 윤씨다. 언급한 것처럼 윤씨는 지난해 10월께 서초경찰서에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 측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녹취록’ 하나가 발견되면서 파고다 어학원을 압수수색했다. 녹취록은 윤씨가 구해 경찰에 제출했다.

살해지시 받았다는 박모씨 사기죄로 구속

녹취록은 박씨(박 회장 운전기사)와 장모씨(박 회장 비서)가 나눈 대화로 뒷부분에 ‘박 회장이 윤씨의 살해를 지시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줬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박 회장의 목소리는 들어있지 않다. 때문에 추가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녹취록이나 내용증명은 결정적 증거가 되지 않았다. 녹취록에 이어 ‘살해지시’를 받았다는 운전기사 박씨의 진술이 터져 나왔다. 박 회장이 윤씨를 죽여 달라며 수억원을 줬다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는 달랐다.

‘살인을 지시한’ 장본인이라는 박 회장은 총 11억9000만원을 박씨의 통장에 계좌이체했다. 박 회장이 실제로 살해지시를 내렸다면 ‘나 잡아가’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이 청부업자에게 윤씨를 죽여 달라고 했다고 치자. 돈을 계좌이체 했겠는가. 생각해보라. 말이 되는가. 운전기사 박씨가 윤씨의 꾐에 넘어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실제로 운전기사 박씨는 박 회장의 이혼ㆍ재산분할에 관한 민ㆍ형사상 소송을 해결해주겠다며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6회에 걸쳐 11억9000만원을 뜯어갔다. 그중 1억7000만원은 사건청탁명목, 나머지 10억2000만원은 사건해결 사례금 명목이었다. 검찰은 박씨를 변호사법 위반과 특경법 위반으로 올 4월 구속수감했다. 처음에는 살인교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던 박씨는 사기행각이 드러나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살인교사’를 받았다던 박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사라진 거다. 윤씨는 “살해 위협을 느껴 신고를 했지만 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은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물론 박 회장이 소송을 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로비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은 의문이다. 박 회장 측은 “당시는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고, 학원 경영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던 시기였다”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박씨가 로비를 제안해 이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 회장도 잘못 판단했다는 걸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정황을 보면 운전기사 박씨가 윤씨의 지시를 받고 ‘살인예비음모’ 의혹에 불씨를 지핀 건 아닌가 라는 의구심도 든다. 윤씨는 국가정보원 서기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서다. 그러나 윤씨는 박씨와의 음모설에 대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단순 집안싸움, 막장 드라마로 비화

그럼 윤씨는 왜 이 사건에 개입한 걸까. 윤씨는 “살해위협을 진짜 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윤씨는 박 회장과 민ㆍ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고 전 회장과 6촌 관계다. 스스로도 “고 전 회장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얘기다. “고 전 회장이 2012년 1월 박 회장을 횡령 건으로 고소했지만(이혼소송은 3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다. 그래서 6촌간인 고 전 회장에게 소송이 유리하도록 도왔다. 파고다의 관계사들에 대한 지분이 박 회장 쪽으로 넘어갔다는 자료들을 비롯해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줬다.”

윤씨 입장에선 박 회장을 의도적으로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 만한 동기가 있다고 박 회장 측은 주장했다. 윤씨가 고 전 회장으로부터 상당량의 파고다교육그룹 계열사 지분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씨는 이렇게 주장했다. “고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파고다아카데미의 지분은 전체의 1%도 안 된다. 이 지분은 박 회장 측의 주식쪼개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 전 회장의 고육지책이었다. 박 회장이 주식쪼개기를 통해 2013년 파고다아카데미 정기주총 때 고 전 회장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씨는 “나는 진짜 살해위협을 느꼈고, 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사실 파고다교육그룹을 둘러싸고 나온 애초의 얘기들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재산분쟁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싸움은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는 윤씨의 신고가 있고 난 다음부터 ‘살해예비음모’ 사건으로 비화했다. 언론도 ‘살해예비음모’에 초점 맞춘 기사들을 쏟아냈다. 해프닝이자 촌극이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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