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LCC의 불편한 진실

▲ 저비용 항공사의 고공비행을 이끈 건 국내 LCC의 힘 때문으로 분석됐다.[사진=뉴시스]
‘특가운임’. 외국계 저비용 항공사(LCC)가 한국시장을 공략하겠다며 장착한 무기다. 값싼 항공티켓으로 한국 소비자를 홀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외국계 LCC를 향한 소비자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특가운임 뒤에 숨은 ‘황당 수수료’에 있다.

1404만7135명. 올 1~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승객수다. 이 중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용한 승객수는 전체의 14%인 197만명이다. 전년 동기보다 20.7% 늘어났다. 그런데 이 무미건조한 통계엔 흥미로운 결과가 숨어 있다. LCC의 고공비행을 이끈 건 ‘특가운임’을 내세우며 한국시장에 의기양양하게 진출한 외국 국적의 LCC가 아니다. 제주항공ㆍ진에어ㆍ이스타항공ㆍ티워이항공 등 국내 LCC의 선전이 고공비행의 ‘연료’ 역할을 했다. 국내 LCC의 올 1~4월 수송객수는 136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9.2% 늘어났다. 에어아시아제스트ㆍ세부퍼시픽ㆍ스쿠트항공ㆍ피치항공 등 외국계 LCC의 같은 기간 수송객수는 전년 동기대비 6.4% 줄어든 62만여명에 그쳤다. 이 결과는 ‘값싼 항공요금’만으론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실제로 외국계 LCC를 향한 소비자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외국계 LCC 관련 피해는 209건으로, 2012년 33건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LCC 피해접수 87건보단 2.4배나 많았다. 그중 운송불이행ㆍ지연이 132건으로 가장 많았고, 항공권 구입취소시 위약금 과다청구ㆍ환급거절은 62건에 달했다. 승객이 어느 정도 차지 않으면 운항을 취소하는 일이 잦은데다 취소ㆍ환불처리까지 쉽지 않은 외국계 LCC의 ‘불편한 현주소’가 읽히는 대목이다. 국내 LCC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LCC들은 기상악화나 정비문제로 인한 결항이나 장시간 지연시 항공사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운송약관이 있어 해외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외국계 LCC의 운임이 싸다고 무턱대고 이용하면 큰코 다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외국계 LCC의 ‘불편한 진실’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외국계 일부 LCC는 항공권 종류와 관계 없이 ‘운임환불’이 안 된다. 공항세와 유류세 등은 거의 100% 환불되는 국내 LCC와는 크게 다르다. 항공권 취소수수료도 비싸다. 일본 국적 LCC 바닐라에어의 정규운임인 ‘코미코미바닐라’는 구간당 3만6000원의 취소수수료가 발생한다. 현금으로 환불받을 경우엔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외국계 LCC도 여럿이다.

피치항공의 경우, 인천~오사카 노선 항공권 운임을 환불하면 1만5000원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피치포인트’로 환불해준다. 이는 지정된 기한 내에 항공권 예매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다. 현금으로 환불받으려면 3만5000원의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 제주항공이 동일한 노선에서 5000원(정규운임 기준)의 취소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비싸다.

외국계 LCC에만 있는 ‘이상한 수수료’도 있다. 국내 LCC는 인터넷ㆍ모바일ㆍ예약센터 등 예약방법에 따른 수수료를 별도로 청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계 LCC는 예약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 필리핀 국적의 LCC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콜센터나 공항카운터에서 예약하면 1만5200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수화물도 무료위탁 어려워

피치항공은 콜센터 예약시 3만900원, 공항카운터 구입 시 최대 4만6300만원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 카드결제 수수료 역시 제각각인데, 카드로 결제하면 4000~9000원의 별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하물 위탁서비스도 우리와 다르다. 국내 LCC는 국제선에서 15~20㎏의 수화물을 무료위탁해 준다. 일부 외국계 LCC는 다르다. 정규운임으로 항공티켓을 구입했을 때에만 무료위탁을 해주는 곳이 상당수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승객이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 20kg짜리 수화물을 맡겼을 경우, 1만8500원을 받는다. 하지만 공항카운터에서 직접 맡기면 이보다 많은 3만원의 위탁요금을 받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외국계 LCC의 경우, 국내 LCC에는 없는 지불수수료ㆍ예약수수료 등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사전에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며 “외국계 LCC에서 우리 항공사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기대하면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LCC는 유럽ㆍ동남아 등지에서 성공한 LCC모델이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걸 간파하고 한국적 항공문화와 한국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변형해 ‘한국형 LCC’로 자리를 잡았다”며 “그 때문에 한국형 LCC는 외국계 LCC보다 서비스의 질이 높은 반면 항공운임이 다소 높다는 단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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