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증시 상승세 타는 이유

▲ IT 업종의 활약으로 대만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대만은 IT를 내세운 수출주도형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과 닮은꼴이다. 때문에 한국과 대만 증시는 ‘동행’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만 증시는 한국 증시와 달리 가팔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만 증시 상승세의 이유를 분석해 봤다.

3월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만이 있었다. 선진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짐에 따라 신흥시장의 저가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 낮은 수준의 대외차입 등 탄탄한 경제기반을 보유한 대만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된 것이다.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에도 대만 금융시장이 IT업종을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띤 것도 이유였다. 실제로 올 4월 이후 대만의 누적 외국인 순매수는 33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아시아 7개국 가운데 가장 큰 매수세다. 대만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 비중은 73%에 달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주도형 국가인 대만은 주요 수출품목이 IT 하드웨어와 부품에 집중된 IT 강국이다. 이를 반영해 대만 가권지수와 MSCI 대만 지수에서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5%, 57%로 가장 높다. 종목별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제조업체인 TSMC(12.3%), 전제제품 수탁제조업체인 혼하이정밀사업(4.6%)이 시총 1ㆍ2위를 차지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기업의 주요 수출지역은 미국이다. TSMC의 경우 매출의 71%가 미국에 집중돼 있다. 결과적으로 IT기업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의 경기가 대만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주요인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연초 대비 IT 업종의 가격변동률은 11.9%로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최근 연속적인 경제지표 호조의 영향으로 높아진 미국경기 회복 기대감이 IT업체 주도의 지수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글로벌 자금의 대만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순자산 총액 기준으로 추산한 EPFR 펀드(GEM•Asia ex-Japan•Pacific•Global)내 대만 펀드 비중의 추이를 살펴보자. 3월말 기준 EPFR 펀드의 대만 비중은 3.36%에 그쳤다. 가장 낮았던 2010년의 3.30%(평균)에 가까운 수치였다. 현재 수준에서 최대치는 물론 평균 비중인 3.60%까지의 충분한 여유가 있다. 이에 따라 4월 외국인 매수세를 감안하더라도 매수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증시, 추가상승 기대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대만의 매력도는 높아질 공산이 크다.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오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대만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월 중순 14.3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10년 밴드 상단인 14.4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던 저가 매력이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IT업종 중심의 이익추정치가 상향조정되면서 PER이 하향 전환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후 꾸준히 상승한 MSCI 대만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4월 들어 그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비교해도 매력도가 높다는 얘기다.
 
더욱 긍정적인 점은 대만 증시를 주도하는 IT 업종 EPS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경기지수의 ‘추세’와 ‘순환변동’을 분리하는 Hodrick Prescott 필터(HP 필터)로 추출한 1995년 이후 대만 IT 업종의 EPS 잔차 추이를 살펴보자. 잔차는 장기적인 추세변동을 제거한 순환변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수치가 장기 추세에서 벗어나있는지를 나타낸다. 대만 IT 업종의 잔차는 지속적인 상승세에도 아직 마이너스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잔차의 평균회귀성향을 생각하면 EPS가 더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한국과 대만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와 높은 수준의 IT 경쟁력 등 펀더멘털이 비슷해 주식시장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양국 증시의 동행성이 약화됐다. 그 이유는 이익 차별화에 있다.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내수 업종 이익추세에서 대만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어서다.

내수시장 회복세 강해지는 대만

실제 한국과 대만의 연초 대비 업종별 이익변화율을 살펴보면, 운송ㆍ제약ㆍ전기통신서비스 등 몇몇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EPS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의 상승률 상위 업종에는 수출지향적인 반도체ㆍITㆍ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금융ㆍ보험ㆍ은행ㆍ소매업종이 포함돼 있다. 이는 대만의 내수회복세가 한국보다 강하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대만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소비 수요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금융 업종의 경우 부동산 시장 호조의 영향과 정부의 금융 정책 효과가 반영됐다. 3월 대만 정부는 해외자본 유치를 목적으로 지난해 8월 발표한 자유경제시범구역(FEPZ) 활성화 계획에 금융부문은 포함시켰다. 정부정책의 기대감이 반영됐고 그 결과, 은행과 증권회사의 매출 증가 기대감이 형성돼 이익추정치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민경 대신증권 연구원 mkkim@dai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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