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의 무모한 도전

▲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로 복귀한 후 A380 도입과 LCC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후 박 회장은 A380 도입과 100%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전략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올 3월 아시아나항공 대표에 올랐다. 2010년 3월 회장에서 물러난 뒤 4년 만의 복귀였다. 이에 앞서 박삼구 회장은 2013년 11월 금호산업 대표로 복귀했고, 2010년 10월에는 금호타이어 등기이사로 재선임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올 1월 ‘제2창업’을 내세우면서 주요 계열사의 경영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ㆍ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는 2010년부터 5년째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졸업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맡은 후 야심차게 내민 카드는 ‘저비용항공사(LCC) 설립’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노선 확장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수도권 중심의 LCC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에어부산을 키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고비용 구조와 시스템으로는 단거리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일본ㆍ중국 등 근거리 국제선에서 LCC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선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LCC의 국내선 유임여객은 253만89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3% 늘었다. LCC 국내시장 점유율은 47.5%를 기록했다. 항공업계에선 올 하반기 LCC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박 회장의 LCC 설립계획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LCC인 에어부산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을 투자하며 새로운 LCC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LCC를 설립할 만한 재원도 충분하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5조7235억원,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올 1분기에도 2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비율 역시 694%(올 1분기 기준)로 좋지 않다. 더군다나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5월 A380 2대를 도입한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2대, 2017년 2대의 A380을 추가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A380 1대의 가격은 약 4000억원에 달한다. 6대를 사들이려면 총 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5조7235억원)의 42%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또 다른 LCC를 설립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선 LCC를 설립하는 데 적어도 500억원가량의 초기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LCC 설립과정 중 구조조정 불가피

투자금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사업부문을 양도하는 형태로 LCC를 설립해도 문제가 남는다. 기존 아시아나항공 인력이 새로 설립된 LCC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데, 이 과정에서 내부적인 마찰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LCC가 설립되면 아시아나항공 노동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용의 변화가 우려된다”며 “전환배치, LCC로 이직, 거주지 이동, 비정규직 전환,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 수가 약 2000 ~3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말들이 회사 내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먼저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장거리 노선(아시아나항공)과 중ㆍ단거리 노선(새로운 LCC)을 강화하는 전략이 나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재무적 리스크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자율협약 중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부실한 사업부문을 조정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역시 “A380 등 신기종 도입에 따라 향후 수조원의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내실을 다져 채권단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데 대표이사로 복귀한 박삼구 회장이 또다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LC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빚을 지고 설립한 LCC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분명하다”며 말을 이었다. “최근 항공업계의 LCC 설립ㆍ도입과정을 보면, 기존 항공기를 새로운 LCC에 재배치하고, 정비부문을 가격이 저렴한 외주로 돌리고, 용역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고용해 전제적인 운용비용을 절감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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