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률의 덫’ 조심하라

최대 10년간 수익 보장, 월 150만원 수익. 길거리 현수막이나 전단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광고다. 문제는 이런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분양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허위광고로 적발된 업체만 25곳에 달한다. 수익률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 수익형 부동산의 공급과잉현상이 심화되면서 허위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주부 권혜영(38)씨는 2년 전 용산의 한 소형 오피스텔을 1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매달 임대료를 받기로 한 그는 시행사에 ‘서비스드 레지던스’ 위탁운영을 맡겼다가 낭패를 겪고 있다. 지난 2월 임대료 지급이 수개월간 연체되면서 불안해진 권씨는 계약서에 근거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구와 집기를 들여놓은 오피스텔을 점유한 채 계약해지를 못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권씨는 “시행사 측이 서비스드 레지던스 운영을 중단할테니 실내에 설치된 침대 등 가구와 집기류를 인수해 채무를 상계처리하자고 우겨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권씨는 결국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최근 시행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 청약대박이라는 말에 솔깃하면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거주하는 박경한(48)씨도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몇 달 전 여윳돈 1억원으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던 그는 우연히 ‘오피스텔’ 상품 광고를 접했다. ‘7000만원만 투자하면 매달 60만원 이상 월세를 올릴 수 있다’는 분양업체 얘기에 솔깃해 투자를 결정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박씨는 “내 소유 부동산에서 매달 월세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호수 선택은커녕 구분등기조차 되지 않았다”며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다시 매각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공동소유자들의 동의를 받아야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억원에 3채 가능, 월 180만원 수익’ ‘최대 10년간 확정수익 보장’. 투자자들이 혹할 만한 문구가 길거리 현수막, 전단, 인터넷 등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성 상품인 수익형부동산의 광고는 대부분 명확한 근거나 보증도 없이 높은 수익률을 수년간 보장해 준다며 현혹한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며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한 후 분양을 미루거나 약속한 임대수익을 주지 않은 불법 유사수신혐의업체를 다수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금융감독원이 적발해 수사기관에 넘긴 불법 유사수신혐의업체는 25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08곳이 적발됐다. 유명인이나 대기업 임차인 입점 예정이라는 광고를 내세워 분양한 뒤 ‘업체 사정으로 입점이 취소됐다’며 나몰라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허위ㆍ과장 광고의 경우 시간이 흐른 뒤 분양업체가 구두로 약속한 내용 등을 피해자가 입증하기 쉽지 않아 피해 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투자자 홀리는 못된 광고들

서울 홍제동에 거주하는 김대연씨(56)는 2011년 10월 불광동의 한 대형 복합상가 전용 6.6㎡(약 2평)를 2억원에 분양받았다. 대형 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데다 시행사가 2년간 연 9%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고 선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달 150만원씩 들어오던 임대료가 수익보장기간이 끝난 지난해 11월부터 33만원으로 줄었다. 뒤늦게 확인한 결과 백화점이 내는 건물 임대료 중 김씨가 받는 월세는 투자금 대비 연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자신이 낸 분양대금에서 한달에 117만원씩 2년간 되돌려받은 셈이다.

 
임대료 33만원으론 건강보험료와 재산세 등을 내고 나면 월 5만원 이상 적자다. 김씨는 상가를 처분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이마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경매로 나오는 상가도 많은데 낙찰가로는 은행 대출금도 못 건진다”며 “임대료가 관리비를 밑도는 ‘깡통 상가’여서 헐값에 가져가라고 해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상가 한곳에서만 김씨 같은 피해자가 1000명에 이른다. 수익보장 기간이 지나고서야 실제 임대료 수준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투자자들이 민ㆍ형사소송을 제기했지만 허사였다. 분양업자의 말만 믿고 ‘2년 경과 후 임차인 재계약 보장없음’‘시행사 사정으로 수익률 변경 가능’ 등 전단지와 계약서 밑에 깨알같이 적힌 조건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이었다. 시행사는 지금도 확정 수익률 보장기간을 5년으로 늘려 미분양 물량을 처분하고 있다.

 
이처럼 허위ㆍ과장광고를 일삼는 분양업체들이 급증한 이유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과잉에 있다. 2013년 준공된 오피스텔은 3만2898실로 2012년보다 2.4배나 늘었다. 올해 입주 물량(4만1312실)은 지난해보다 25.5% 증가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에 따르면 급증한 물량 탓에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10년 연 6.27%에서 2013년 연 5.88%로 0.39%포인트 하락했다.

업계는 지난해 수익률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상가와 오피스텔이 수도권에만 30 ~4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 사업을 내세우거나 수익보장증서를 내세워 분양을 했지만 실제 수익률이 광고에 비해 크게 낮은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은행 대출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허위ㆍ과장 광고에 속지 않는 비법은 뭘까. ‘수익률ㆍ전용률ㆍ분양률’ 등 이른바 ‘3률 함정’을 피해야 한다. 분양업체들은 수익률 연 8~10%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수익률은 5% 선을 넘기 어렵다. 지불하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높다면 가짜일 확률이 높다.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상품은 세입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중개수수료 지출이 많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했다간 큰코다쳐

 
수익률을 계산할 때는 취득세와 재산세, 늘어나는 건강보험료 등의 비용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전용률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입주하는 오피스텔은 자주식 주차장과 커뮤니티 시설 등을 경쟁적으로 설치해 공용면적이 늘어난 반면 전용면적은 줄고 있다. 전용면적 비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거주할 수 있는 면적도 작다. 업체들이 내세우는 분양률 역시 유심히 검토해야 한다. ‘청약 대박’이라고 홍보하면서 특별ㆍ추가공급 명목으로 미분양 물량을 내놓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상가와 오피스텔 분양률은 금융결제원 등 신뢰성 있는 기관이 집계하지 않는다.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 시세와 공실률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시행사와 시공사, 운영기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묻고 투자가 필요하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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