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미래

▲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결정하자 네이버의 독주가 끝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다음과 카카오가 뭉쳤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법인 ‘다음카카오’가 올 10월 정식 출범한다. 최대주주는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이다. 네이버를 반석 위에 올린 주인공이자 이해진 NHN 의장과 평생의 라이벌이다. 김 의장과 다음카카오의 ‘다음(Next)’이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5월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는 인터넷 포털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모바일 메신저기업 카카오의 합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카카오의 차별적인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글로벌 IT 모바일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IT 모바일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과연 이 포부를 실현할 수 있을까.

합병 소식과 함께 세간의 눈은 두 군데로 쏠렸다. 하나는 네이버다. 다음은 네이버와 포털시장에서, 카카오는 네이버의 라인과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싸움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경쟁자가 힘을 합친 셈이다.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리는 건 자연스럽다.

다른 하나는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이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가 된 김범수 의장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이사회 의장과 그는 서울대 동기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다. 함께 네이버를 성장시킨 ‘동지’이기도 하다. 특히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만들어 전국을 ‘한~게임’ 열풍으로 몰아넣은 주인공이다. 2000년에는 한게임과 네이버를 합병해 이해진 의장과 NHN을 설립했다. 당시 한게임은 네이버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네이버를 전국민 누구나 하는 국내 1위 포털로 키웠다.

하지만 한게임이 사행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김 의장의 입지도 좁아졌다. 결국 김 의장은 2008년 독립을 택했고, 2010년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한게임을 만들고, ‘누구나’ 한번쯤 열어봤을 네이버를 키웠으며, ‘누구나’ 한번쯤 깔아봤을 카카오톡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김 의장이다. 그 누구든 김 의장의 다음 행보를 주목한 건 당연했다. 물론 그 ‘다음(next)’이 다음과의 합병일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말이다.

이번 합병을 외형상으로만 보면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다. 자산 규모나 매출 등 기업 규모 면에서 다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합병법인의 이름도 다음카카오다. 하지만 시장에선 카카오가 다음을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의 예상 지분구조를 보면, 김 의장의 지분이 22.2%다. 김 의장이 100% 지분을 가진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 17.6%까지 합치면 총 39.8%로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지분은 3.4%에 불과하다. 김 의장이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면서 세간에 오르내리는 이유다.

다음과 카카오의 기업 가치를 따져 봐도 그렇다. 5월 26일 합병 발표 당시 기준으로 주식 1주당 평가 가격은 다음이 7만2910원, 카카오는 11만3429원(합병비율은 각각 1대 1.557)이었다. 때문에 시가총액도 카카오가 약 2조3500억원, 다음이 1조590억원이었다. 성장성 역시 다음보다는 카카오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장의 행적을 밟아보면 이번 합병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먼저 김 의장이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하던 당시, 한게임은 아직 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채 이용자만 늘어나 운영비를 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넷마블과 피망 등 만만찮은 경쟁자까지 생겨났다. 반면 네이버는 100억원대 투자를 받아 자금이 넉넉했다. 김 의장은 합병을 통해 네이버의 자금을 이용, 새 수익모델을 만들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네이버를 키우는 데 쓰였다. 결국 합병을 통해 사업 다각화와 자금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셈이다. 네이버도 한게임 회원 460만명과 그들의 커뮤니티를 확보하면서 포털의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다음-카카오 합병, 예정된 수순이었나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김 의장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생각보다 낮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꾸준히 늘었지만 카카오의 성장을 견인했던 ‘카카오 게임하기’가 발목을 잡아서다. DAU(일별 실제 이용자 수)가 2012년 연말부터 하락하면서 최근 넥슨 등 대형 게임 개발업체들은 최신 게임을 굳이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이버의 폐쇄형 SNS 밴드와 라인까지 모바일 게임시장에 뛰어들었다. 뭔가 다른 게 필요했다. 2000년 네이버와 합병을 추진했을 때처럼. 김 의장은 다음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말하자면 김 의장의 사업 스타일은 패턴이 있다. 일단 새로운 사업을 통해 시장을 만든다. 시장을 만들면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차별화를 꾀한다. 사업에 뭔가를 계속 덧붙여 새로운 시너지를 찾는 것이다. 합병은 그런 전략의 핵심이다. 다음도 네이버가 그랬던 것처럼 카카오톡 이용자 2544만명을 확보해 포털의 힘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석우 대표가 “카카오가 가진 모바일 트래픽에 다음의 생활정보 콘텐트를 얹으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기업의 합병에 시장은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다. 언급한 것처럼 김 의장은 이미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해 큰 시너지를 낸 경험이 있다. 다음이 보유한 뉴스 콘텐트가 카카오를 통해 서비스된다면 다음카카오가 뉴스 유통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는 게임에 집중된 사업구조가 그동안 기업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며 “이번 합병으로 다음 포털을 통해 양질의 콘텐트와 광고 노하우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의 뉴스ㆍ카페ㆍ검색서비스ㆍ네트워크 등이 카카오의 높은 트래픽과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사실 기업별 PC 웹사이트 순방문자수나 페이지뷰를 비교하면 다음은 네이버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모바일을 놓고 보면 카카오가 네이버를 압도한다. 순방문자 순위를 보면 카카오톡(2540만명)이 1위, 카카오스토리(179 0만명)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웹사용 환경이 PC에서 꾸준히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다. 하지만 네이버의 아성이 워낙 공고해 다음카카오의 시너지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일단 기업 규모부터 다르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다음카카오(3조4000억원대)의 시가총액보다 8배나 많은 25조원대다. ‘대항마’라고 하기엔 너무 격차가 심한 것 아니냐는 거다.

“시너지 없다” 회의론 솔솔

해외시장에서도 다음과 카카오는 네이버에 한참 뒤처져 있다.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입자수로 볼 때 페이스북의 와츠앱(4억명), 중국 텐센트의 위챗(6억명), 네이버의 라인(4억200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1억3000만명에 불과하다. 다음의 글로벌 시장 성적표는 네이버와 비교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충분히 시너지를 기대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양사 모두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거나 확실한 거점을 확보한 상황도 아니라서 단기간에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선 카카오톡의 이용자 대부분은 10 ~20대의 젊은층인데, 30대 중반이 이용하는 다음의 뉴스 콘텐트를 어떻게 연계시킬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형태의 뉴스 서비스라면 네이버를 넘어서기 힘들 수도 있다는 거다. 물론 합병이 시작됐지만 아직 아무것도 나온 건 없다. 기대도 우려도 아직은 섣부르다. 중요한 건 김범수 의장의 다음카카오는 이미 합병과 함께 네이버와 글로벌 시장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점이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다음’과 합병한 김 의장의 ‘다음’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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