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국내 중고차 시장은 규모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거래 시스템과 문화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중고차 거래에서 당사자 거래는 약 4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 거래를 통해서만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일본의 경우 중고차 거래 중 당사자 거래는 약 3%에 불과하다. 사업자 거래를 통해서만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가 약 330만대를 넘어섰다. 신차 판매시장을 150만대 내외로 판단하면 2배가 넘는 시장 규모다. 중고차 시장은 순수한 소비자 거래뿐만 아니라 기업간 거래도 포함돼 허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라도 큰 시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거래금액만 20조원에 이른다. 전체 자동차 애프터마켓 총액 80조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국내 중고차 시장은 규모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거래 시스템과 문화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중고차 소비자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대비 중고차 불만건수는 6배를 넘어섰다. 사고 중고차를 정상적인 차량이라고 판매한다든지, 품질보증 불이행, 허위나 미끼매물 문제, 허위 당사자 거래문제, 주행거리 조작 등 중고차 거래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당국의 노력만큼이나 지자체, 관련 단체의 움직임도 필수적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거래되는 중고차의 품질보증과 적극적인 이행이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성능 점검이 중요하다. 이 부분만 잘 이뤄져도 중고차 거래에서 드러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제도’가 있다. 정부가 지정한 기관이 중고차 성능상태를 점검해 소비자에게 알리고, 업체를 통해 중고차를 거래할 때 1개월, 2000㎞를 보증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에만 존재하고, 지난 10년 전부터 이행됐다. 중고차의 신뢰를 높이고, 품질보증을 위한 보호제도로 역할을 했지만 완벽하게 안착하지는 못했다.

몇가지 측면에서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성능상태점검 기록부를 공식적으로 교부하는 기관의 신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교부기관은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지정 정비업체,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등 4개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바로 지정 정비업체다. 일부업체는 중고차를 보지도 않고 기록부를 백지상태로 교부한다든지, 무작위로 양호판정을 내린다. 제대로 된 성능점검을 하지 않거나 의무 법제화된 품질보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는 제아무리 성능을 잘 점검해도 보상을 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기관은 소비자 보상을 진행하는 기록대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만이 이런 업무를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발생 시 소비자를 보증하기 위해 보증보험이나 관련 보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요구됨에도 ‘해준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실질적인 보증조치는 이뤄지지 않는다.

당사자 거래가 중고차 거래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사업자 거래를 통해서만 품질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중고차 거래 중 당사자 거래는 약 3%에 불과하다. 사업자 거래를 통해서만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허위 또는 미끼매물도 기록부 의무첨부, 종사원증 의무제시 등 실질적인 조치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거래가 된 중고차의 경우, 중고차 인터넷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매물정보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래가 끝난 차량임을 빠르게 알리면 상당수의 허위 중고차 매물이 사라질 것이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국내 중고차 시장. 이대로 방치하면 소비자 피해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관련 단체, 그리고 매매업자가 함께 중고차 시장 투명화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중고차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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