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性과학 코너
서울 강북의 한 노인대학에 강의를 하러 갔을 때 일이다. 당시 강의실에 남성은 3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들은 나이가 꽤 많은 노인들이었지만 예쁘게 보이려고 얼굴에 화장도 하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썼다. 크게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성 관련 강의를 듣고 있더니 강의가 끝난 후 한 여성이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강의를 나가면 일반적으로 그렇게 부른다)이 보시다시피 여기 있는 분들은 잠자리를 해볼 만큼 해봤어요. 어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 주세요.” 공개적으로 섹스 상대를 주선해 달라는 부탁이니 등에 식은땀이 났다. “아까 여기 계시던 분들도 멋지던데요”라고 했더니 “여긴 물이 나빠”라며 다른 데 있는 남성들을 소개해 달란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 성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미국 최대의 고령자 이익대변단체인 은퇴자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인의 절반 이상이 성생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성생활이 삶의 활력소라고 느끼고 있다. 응답자 10명 중 3명(28%)이 ‘주 1회 이상 섹스를 한다’고 했다. 남성의 85%, 여성의 61%가 ‘섹스는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외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몇년 전 경기지역 사단법인 성남여성의전화는 60살 이상 여성 303명을 대상으로 ‘여성노인 성의식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51.8%가 성생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중 57.8%는 ‘성생활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배우자가 없어도 성생활을 하고 싶다는 응답도 22%였다. 지속적인 성생활이 삶의 활력소라고 생각하는 노인은 45.5%, 폐경기 이후에도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80.4%에 달했다.
하지만 여성노인들은 이런 성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성적 욕구만을 채우려 했던 남성들 탓이 크다. 더구나 남성이 나이가 들면 발기가 잘 되지 않는 것처럼 여성도 나이를 먹으면 심리적ㆍ신체적으로 달라진다. 당연히 거기에 맞춰야 한다. 감정을 느껴야 여성의 몸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오해하고 탓하기 전에 상대방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penilee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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