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호의 유쾌한 콘텐트

인간의 최초 표현방법은 ‘언어’였다. 아라비아에서 숫자를 발견하자 인간은 언어가 아닌 숫자로도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표현 방법은 더 넓어졌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표현 방식은 사진·동영상·일러스트와 같은 비주얼이다. ‘비주얼 사물 표현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셈이다.

1999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오토아이디센터(Auto-ID Center) 케빈 애슈턴(Kevin Ashton) 소장이 예견한 말이 있다. “RFID(전자태그)와 기타 센서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물에 탑재한 사물인터넷이 구축될 것이다.” 15년이 흐른 현재 본격적인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올해 디지털계의 최대 이슈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다. 빅데이터에 향해 있던 관심은 이제 사물인터넷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을 말한다.
 

▲ 사물인터넷 시대의 표현방법은 언어만이 아니다.[사진=뉴시스]
가전제품,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원격검침,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생활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기술적 핵심은 ‘센싱 기술’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있다. 센싱 기술은 사물과 주변 환경에서 정보를 얻는다.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은 각 서비스 분야와 형태에 적합하게 정보를 가공·처리·융합하는 걸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기술들은 ‘보안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사물인터넷의 중심에 보안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의 기반은 사람과 사람간 연결이다. 편리성과 효율성을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물이라는 매개체 또는 전달체를 두고 있다. 그래서 기존 네트워크는 ‘사람-사물-사람’이라는 연결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은 이 연결고리에서 사람을 제외했다. 사물과 사물만이 연결된 상태를 지향한다. 예를 들면 엔터(enter) 없이 컴퓨터가 작동하듯이 시간이 되면 밥솥이 스스로 밥을 짓고, 홈 시큐리티가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식이다.

자동차가 주차장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자동차의 번호판을 인지하고 빈 주차공간을 안내해 준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은 상황인지, 판단, 의사결정, 명령, 행동이라는 인간 본연의 행동가치를 사물에 이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물인터넷이 무엇을 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 사물인터넷도 인간을 위한 기술이다.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콘텐트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사물인터넷의 전제 조건은 모든 사물이 디지털화돼야 한다는 데 있다.  아날로그 사물이 디지털화됐을 때 사물인터넷의 기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사물이 디지털화되는 방법 다시 말해 디지털 표현 방식의 핵심은 ‘비주얼 표현’이다.최초 인간의 사물표현 방법은 언어적 방식의 표현이었다. 그후 아라비아에서 숫자를 발견하자 인간은 언어가 아닌 숫자로도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까지 우리는 0~9라는 10자리 숫자를 통해 수많은 사물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사물인터넷시대의 표현 방식은 사진·동영상·일러스트와 같은 비주얼이다.  다시 말해 눈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네트워크만을 위해서는 비주얼 표현 방식이 불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네트워크의 목적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 편의성을 위해선 가장 편리한 비주얼 표현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물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안에서는 숫자로, 네크워크 밖에는 비주얼로 표현하는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이는 시대적 변화를 넘어 문명적 전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른 콘텐트도 변화 중이다. 지금까지의 콘텐트 또는 문화콘텐트라고 하면 오락적 요소만을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콘텐트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생활에서 나오는 모든 게 콘텐트일 정도다. 최근 산업 전분야에서 콘텐트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콘텐트가 생활적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류준호 서울과기대 연구교수 junhoy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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