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펀드 투자습관 바꿔라

▲ 코스피지수의 2000포인트 안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주식펀드 투자자는 언젠가부터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맴돌면 던질 태세를 갖췄다. 코스피지수가 떨어질 때를 대비해 ‘환매’를 준비한 거였다.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는 환매를 예고하는 시그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에 안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인 2010포인트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국내주식펀드는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매도가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국내주식사모펀드는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은 5월 14~20일 1022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올 3월 이후 279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 장기금리하락, 신흥국 유동성 유입 등으로 주식시장이 호전되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거듭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 비춰볼 때 지수상승의 실마리는 국내주식펀드의 ‘환매’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수급상황을 점검하하면서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주식펀드는 시장상황에 따라 신규투자와 환매가 반복되고 있다. 2009년 하반기~2011년 상반기의 환매기준점은 1400포인트에서 1800포인트로 높아졌다. 2011년 하반기부터는 주식시장이 조정되면서 저가매수•고가매도 투자패턴이 나타났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1700~2100포인트의 박스권 횡보를 이어가자 투자자는 20 00포인트 이상이 되면 반사적으로 환매에 나섰고 이는 코스피지수의 2000포인트 안착에 걸림돌이 됐다.

다행히 국내주식펀드의 환매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우선 국내주식펀드의 환매지속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과거 5년 동안의 자금순유출 기간을 살펴보면, 2009년 10개월, 2010년 10개월, 2011년 4개월, 2012년 8개월, 2013년 7개월로 짧아지는 추세다. 또한 2012년 이후 환매가 집중된 시기는 2012년 1•3분기, 2013년 4분기, 올해 4월 이후다. 이 시기에는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에 가까워질수록 환매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순유출 기간이 감소하면서 환매대기수요가 줄어들었고, 그 결과 환매 규모도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12월 5조9000억원에 달했던 국내주식펀드의 환매 규모는 올 3월 이후 2조원으로 감소했다. 2012년 1분기 5조9000억원의 환매규모와 비교해도 뚜렷한 감소세다.

환매기준점도 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코스피가 상승하면 국내주식펀드에선 환매가 발생, 수급부담이 커졌다. 박스권 장세의 영향으로 환매기준점도 2000포인트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2000포인트 부근에만 가면 월 2조~3조원에 이르던 국내주식펀드의 환매 규모는 4월 1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00포인트를 넘어선 5월 셋째주  환매 규모는 8594억원으로 지난해 9월 1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는 펀드투자자에게 환매를 실행하는 시그널로 작용했다.

박스권이 길어질수록 환매는 스마트한 투자방식이 됐고 경험치가 쌓일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이런 투자 방식을 따랐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상황이 우호적으로 전개되면서 3년 동안 이어진 박스권을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언저리에만 와도 국내주식펀드를 ‘던지던’ 투자성향도 바꿀 때가 됐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 hujung.kim@tongy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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