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2] 사회 양극화 해소하려면…

 

▲ 지난해 월가를 점령한‘1% 오큐파이 운동’

아픈 곳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다. 진단 없이는 어떤 처방도 할 수 없다.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 하지만 우리는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을 잘 모른다. 양극화의 원인을 잘 몰라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2001년 노벨 경제학 수상을 한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올해 6월25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제목이다. 내용은 이랬다.

“미국이 한때 기회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자녀의 삶이 부모의 소득 수준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심하다. 미국 노동자들은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려 열심히 일했지만 오늘날 이는 근거 없는 얘기가 됐다.” 그는 ‘우리는 99%’ 라는 구호를 들고 월가점령운동이 시작됐던 지난해 9월보다 앞선 2011년 5월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경제’ 라는 글을 언론에 기고해 일찍이 1%와 99%의 갈등을 예고한 바가 있다.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기화로 중산층 붕괴와 소득 불평등 악화가 세계적인 의제가 됐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그보다 한참 전부터 양극화가 사회의 최대 현안이었다. 적어도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5년 사회 양극화 해소가 국가적인 현안으로 부각됐고, 사회 각계에서도 해법을 찾기 위해 논쟁을 거듭했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더 높은 성장을 통해 양극화를 극복하겠다고 주장한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많은 국민이 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기업이 더 높은 성장을 하고 그 결과가 흘러내려야 나머지도 부유해진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처럼 양극화와 불평등을 오랫동안 국가적 아젠더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인 1% 부유층 소득 비중 통계조차 없다. 이를 만들기 위해 국세청에 자료를 요구하면 ‘사적 정보유출’이라고 거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00년 정도의 1% 소득 비중을 추적할 수 있는 미국은 물론 0.1% 소득 비중까지 모니터하고 공개하는 유럽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이런 지표가 공개되지 않고 모니터링 되지 않으면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렵다. 부동산 정책의 예를 들어보자. 잘 알려진 것처럼 참여정부 시절 6억원 이상의 부동산 자산에 대해 ‘종합부동산 세제’를 신설했을 때 이른바 ‘세금폭탄’이라며 마치 상당한 국민이 부동산 보유로 인해 무거운 부담을 져야 하는 것처럼 상황이 과장됐던 적이 있다. 이런 문제로 현 정부 들어 9억원 이상으로 크게 완화됐다.

그러나 정말 우리나라의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의 분배구조가 얼마나 불평등하게 돼 있는지를 정부는 지표와 수치를 통해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주 적은 대상에게만 해당되는 종부세와 같은 조세정책도 불필요하게 많은 국민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있는 사회문제가 아니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계경제 역시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불평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려는 정책적 판단을 하려면 불평등 구조와 형태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1% 부유층의 자산과 소득은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사적 정보’가 아니다. 공개하고 지표를 측정하고, 함께 심각성을 진단해 합의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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