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할 가상시나리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장의 눈이 삼성전자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휴대전화ㆍ가전으로 분할해 상장하는 가상 시나리오가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업별로 분할할 경우 주가는 최고 253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몸통을 쪼개면 몸값이 뛴다는 얘기다.

▲ 삼성전자가 사업별로 분할해 회사를 각각 상장할 경우 기업 주가가 최고 253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뉴시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6월 3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 분할설’이 거론된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 3월까지만 해도 130만원을 밑돌았다. 힘을 잃었던 주가는 올 5월 29일 146만원으로 치고 올라갔다. 저점 대비 17.1%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1일 삼성전자가 기록한 150만원에 이은 두번째 기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하자 시장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삼성전자 분할’과 관련된 내용이다. 삼성전자의 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만들면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사업별로 분할하면 시총 43%↑

시장의 전망대로 삼성전자가 사업별로 분할한다면 기업의 가치는 어떤 변화를 보일까. 시장의 전망을 근거로 가상 시나리오를 구성해 봤다. 우선 삼성전자의 사업별로 순이익 예상치를 산정하기 위해 피어그룹(Peer groupㆍ동종업계 비교대상기업들)을 선정했다. 피어그룹은 해당 산업분야에서 대표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삼성전자 사업별 피어그룹은 다음과 같다. 반도체 사업부는 SK하이닉스ㆍ마이크론ㆍ이노테라ㆍ인텔,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LG디스플레이ㆍAUOㆍ샤프, 휴대전화 사업부는 애플ㆍHTCㆍZTE, 가전 사업부는 LG전자ㆍ월풀ㆍ하이얼이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의 예상치를 적용해 삼성전자의 사업별 순이익 비중을 산출했다. 12개월 순이익 예상치는 올 7개월(2014년 6월~12월)과 2015년 5개월(2015년 1월~5월)을 7대 5 비율로 반영해 산정했다. 그 결과, 사업별 순이익 비중은 반도체(25.2%), 디스플레이(4.2%), 휴대전화(64.8%), 가전(5.8%)으로 도출됐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삼성전자의 사업별 순이익 예상치는 29조5000억원에 이른다. 사업별 순이익은 반도체 7조4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2000억원, 휴대전화 19조1000억원, 가전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사업별 시가총액을 피어그룹과 비교하면 얼마일까. 주가수익비율(PER) 밸류에이션을 활용해 적정 시가총액을 산출한 결과, 삼성전자의 적정 시가총액은 346억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시가총액(216억5300억원) 대비 43.9%나 늘어난 금액이다. 국내에서 시가총액 200조원을 넘는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삼성전자가 사업별로 분할했을 때 기업의 가치가 올라감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또 있다. 보수적ㆍ중립적ㆍ공격적 시나리오에서 삼성전자의 적정 시가총액을 보통주로 환산하면 각각 210만원, 230만원, 253만원에 달한다.

▲ 삼성전자가 사업별로 분할해 주가를 끌어올릴 것인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사업별 분할은 단순히 몸값 상승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업별로 분할해 별도 회사를 설립하면 투자자와 기업에도 이득이다. 지주사의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익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그렇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든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도체를 유망산업으로 보는 A투자자가 있다고 치자. 그는 휴대전화 산업에 부정적이다. A투자자는 고심 끝에 반도체 시장의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투자했다. 그런데 그가 산 것은 반도체 사업만이 아니다. 디스플레이ㆍ휴대전화ㆍ가전까지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사업부문별로 분할해 각각 상장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투자자는 강제적 포트폴리오로부터 해방된다. 디스플레이ㆍ휴대전화ㆍ가전을 투자하지 않고 반도체만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 세계 1위 TV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에도 나쁠 게 없다. 각 사업별로 경쟁업체와의 밸류에이션 비교를 통해 재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분할 시나리오, 투자자도 이득

 
가상 시나리오가 시사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사업별로 분할했을 때 지금보다 기업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한편에선 삼성전자의 사업별 분할 가상 시나리오를 두고 의문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보수적 가상 시나리오가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인지 혹은 피어그룹 선정이 합리적인 것인지 등이다. 이런 의문점이 제기되는 데 일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가상 시나리오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전자를 구성하는 사업부가 해당 산업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을 감안하면 이런 결과가 도출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관건은 삼성전자가 몸통을 쪼개 몸값을 올릴 것인가다. 시장의 눈이 삼성전자에 쏠리고 있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ulrich@shinhan.co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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